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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주자 패션, 유권자 무의식을 지배한다
영리해진 후보들 넥타이 풀고 소매 걷고 편안한 패션으로 소통 강화…시간 · 장소 · 때에 맞춘 패션감각 지지도 상승에도 한몫
문재인 은발로 카리스마 완성
박근혜 진패션으로 세대공감
손학규·정세균 정갈함으로 어필

안철수 2대 8 가르마에 기본정장
수수하다 못해 약간 촌스러움도


‘닉슨은 정말 못생겨서 케네디에게 졌을까.’

미국의 유명 정치컨설턴트 딕 모리스(Dick Morris)는 정치 신예 케네디가 백전노장 닉슨을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35대 미(美) 대선을 이같이 표현했다. 그렇다면 정말 닉슨은 못생겨서 케네디에게 진 것일까. 아니다. 그가 진 것은 단지 못생겨 ‘보였기’ 때문일 뿐이다. 두 사람의 운명을 바꾼 계기로 알려진 첫 TV토론회. 이 자리에서 그들의 미래를 결정한 것은 다름 아닌 단 한 벌의 슈트였다. 그날 케네디는 짙은 감청색 슈트를, 닉슨은 회색 슈트를 입고 등장했다. 시청자들의 눈에 회색의 닉슨은 나이 들고 지쳐보였고, 감청색의 케네디는 젊고 활기차 보였다. 결국 국민들은 활기 넘치는 케네디에게 표를 던졌고, 텔레비전을 잘 활용했던 ‘영리한’ 정치 신예는 결국 이변을 만들어냈다.

▶영리해진 후보들, 초점은 소통=최근 2012 대선을 앞둔 여야 주자들의 패션을 살펴보면 더 영리하고 치밀해진 그들의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때로는 숨 막힐 듯 단정하지만 또 가끔은 과감히 재킷을 벗어던지고 청바지를 입으며, 싸이(PSY)의 말춤을 추고 신나게 드럼을 연주해보이는 것이 그들이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는 패션 트렌드는 단연 ‘이지(EASY)’다. 연설자로 나선 주자들의 옷차림에서 재킷과 넥타이가 실종된 지 오래. 여기에 목까지 채운 셔츠 단추도 한두 개 풀어헤치고 손목을 조이는 소매를 팔뚝까지 두 번 접어 올린 것은 필수 옵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역시 경쟁하듯 반팔 집업 점퍼를 입어 편안한 스타일을 연출하고 있다. 흰머리를 애써 감추지 않고 정갈하게 넘긴 문재인 후보 역시 ‘꾸밈없는’ 패션의 대표적인 주자다. 이문연 스타일코치(@moonyoun)는 “동그란 안경테가 주는 부드러움과 편안함, 그리고 백발과 은발이 섞인 머리스타일은 문재인만의 카리스마”라고 분석했다. 
   정세균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손학규           김두관

▶시간 장소 때에 맞춘 TPO=‘포멀(formal)한 정장’이라는 천편일률적인 패션 공식에서 탈출한 그들의 패션 센스도 한층 진화했다. 어두운색 재킷을 즐겨입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최근 젊은이들과 만나는 자리에 종종 진(Jean)으로 된 셔츠형 재킷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치인’ 박근혜가 2030 세대와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기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옷차림이 대신한 셈이다. 이처럼 TPO(TimeㆍPlaceㆍOccasion)에 맞는 옷차림을 선택하는 것 역시 과거 대선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문 후보는 공식석상에서는 튀지 않는 톤 다운된 정장을 많이 입는 편. 넥타이는 지적인 이미지가 도드라지는 하늘색을 주로 맨다. 패션 전문가들은 “재킷만 벗은 셔츠차림이지만 여기엔 정장으로 대표되는 정치인의 ‘권위주의’이나 ‘엘리트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밝혔다.

▶신뢰감와 안정감을 주는 ‘정장’=깔끔한 옷차림은 언제 어디서나 ‘안전’하다. 하지만 거기에 적절한 컬러를 매치할 경우 그 시너지는 무한해진다. 단정한 정장족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는 여권의 유력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다. 그는 대부분의 공식석상에서 직선이 강조되는 투피스 정장을 입는다. 상의는 대부분 깃 있는 셔츠차림이고, 색은 회색이나 쥐색, 카키색 등 딱딱한 컬러 위주로 택한다. 반면 시민들을 만날 때는 주황이나 노랑, 자주색의 상의를 매치해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이 코치는 “컬러는 바뀌어도 언제나 정갈한 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스타일은 오랜 정치경력을 지닌 안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며 “여성적인 부드러움보다는 완고함과 강인함이 느껴지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고 평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후보와 정세균 후보 역시 정갈하게 떨어지는 슈트를 선호하는 편. 여성복에 비해 ‘재미없는’ 남성정장에 그들은 TPO에 맞는 넥타이에 포인트를 준다. 손학규 후보는 대선출마선언 당시 신뢰감ㆍ안정감을 주는 자주색 넥타이를 택했고, 정세균 후보는 빨간 넥타이를 선택해 푸근한 인상에 카리스마를 더했다.

▶정치인스럽지 않은 스타일=2대 8 가르마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대한민국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하지만, 머리숱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50대 남성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스타일이 바로 이 2대 8 가르마다. 기성정치와의 차별화를 선언, 야권의 강력한 대선후보로 부상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2대 8 가르마족’ 중 한 명. 왼쪽 가르마의 오른쪽 8할을 쓸어넘기는 그의 모습은 이제 익숙한 장면이다. 안 원장은 평소에는 밝은 정장보다는 기본 검정색 정장에 흰색이나 파란색, 회색의 셔츠를 매치하는 편이다. 이 코치는 “세련됨보다는 수수하다 못해 약간 촌스러움까지 느껴지는 스타일”이라며 “(관객 입장에서는) 정치권의 때가 묻지 않는 순박함에 헤어와 옷에서 고스란히 묻어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 손수용ㆍ김수경ㆍ이유정 인턴기자>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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