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9일 끝났다. 시청률 40%를 돌파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드라마 칭호를 붙여줄 만한데, 재미있고 감동까지 선사했다. 이런 드라마를 언제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따뜻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 드라마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박지은 작가의 캐릭터와 이야기 직조 능력에 힘입었다. 철저하게 현실에 바탕을 두되, 현실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트콤과 ‘개그콘서트’를 보는 느낌을 줄 정도의 코믹함을 내세웠다. 게다가 분량은 적어도 거의 모든 캐릭터가 생명력을 얻어 반짝반짝 빛났다.

방귀남의 작은아버지 방정배(김상호)나 차윤희의 올케인 국어교사 민지영(진경), 방이숙(조윤희)의 직장 사장이었다가 남편이 되는 천재용(이희준), 한때 잘나가던 가수 윤빈(김원준), 엄순애(양희경) 등 캐릭터는 무겁지 않고 예능적인 재미를 주었다. 미국으로 입양갔던 방귀남(유준상)이 어릴 때 가족을 잃어버리게 된 이야기는 연속극적인 요소로 긴장감을 주었다.


무엇보다 넝쿨당의 기여는 ‘시월드’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고부협정서를 체결해 매일 한 번씩 서로 칭찬한다든가, 차윤희가 직장 때문에 제사 준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을 때 시집식구에 미리 카드를 준다든가 하는 에피소드다. 일하면서 시집과의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작가는 합리와 불합리, 관습과 파격의 경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기에 시댁을 향한 반격도 공감을 살 수 있었다. 방귀남이 작은어머니를, 장군이 엄마가 모친을 용서하는 등 용서와 화해도 이 드라마를 훈훈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보수적 느낌이 나지 않으면서 착하고 따뜻하며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가족이야기와 캐릭터의 종합선물상자 같은 매력이 드라마를 살렸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