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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가수, PD로 조련 · 개인장점 극대화…세계가 반한 ‘양현석 스타일’
<9> 상장 1년만에 코스닥 대장주 성장…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의 ‘끝없는 실험’
페리·빅뱅 지드래곤 대표적 프로듀서로 육성
낯선 흑인음악에 한국적 정서 입혀 대중화 선도

‘잘하는 것 하나에만 집중’ YG철학 반영
소속사 가수들 창법·댄싱 등 모두 개성파

코스닥 대장주 성장 올 시총액 6440억원
음원시장 ‘최강자’·해외매출 6배나 급성장


“멜로디가 없는 노래는 한국에서 통하기 어렵다. ‘난 알아요’의 후렴구 앞에 멜로디를 넣지 않으면 난 당신과 함께할 수 없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불후의 명곡’인 ‘난 알아요’를 작사ㆍ작곡한 이는 서태지다. 그러나 노래의 도입부 랩에 이어 등장하는 ‘난 정말 그대 그대만을 좋아했어…’ 이하 멜로디는 양현석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노래 초반부의 가장 인상적인 랩인 ‘요-요-요’ 부분 리믹스의 반복도 양현석의 창작물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당시부터 양현석은 단순한 ‘아이들’ 중 한 명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다. 가장 감각적인 가사로 손꼽히는 ‘널 지우려 해’를 쓴 것도 양현석이었다. 프로듀서 양현석의 기획자ㆍ창작자로서 자질은 이미 데뷔 당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 후 양현석이 곧바로 기획사를 설립해 프로듀서로 나선 것은 결코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16년, 2012년 현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 같은 YG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소속 가수들을 프로듀서로 조련=YG의 성장엔 외부 프로듀서를 영입하는 대신 소속 아티스트들을 프로듀서로 조련시키는 차별화된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양현석은 2006년 YG 설립 10주년 인터뷰에서 “미국 음악시장은 넵튠스(Neptunes) 같은 유명 프로듀서가 음반의 성패를 좌우하는 프로듀서 중심 체계”라며 “트렌드에 밝은 작곡가와 프로듀서를 키워내 현지에 진출시키겠다”고 로드맵을 밝혔다. 페리, 원타임(1TYM)의 테디, 빅뱅의 지드래곤(G-Dragon) 등은 YG가 키워낸 대표적인 프로듀서들이다. 빅뱅의 ‘마지막 인사’, 손담비의 ‘미쳤어’를 작곡한 ‘용감한 형제’와 2NE1의 ‘박수쳐’ ‘I Don‘t Care’ ‘아파’ 등에 참여한 쿠시 등의 실력파 프로듀서도 YG 출신이다. 


아이돌 그룹 빅뱅은 직접 음악을 만들고 프로듀싱 하는 등 기존 아이돌 그룹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다. 이 같은 시스템을 통해 가수들은 공백기나 은퇴 이후에도 소속사에 남아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는 등 소속사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했다. YG는 설립 초기부터 음악적 지향을 바탕으로 형성된 동료 집단을 의미하는 크루(Crew)라는 개념을 도입해 소속 가수와 프로듀서를 ‘YG패밀리’라고 자칭했다.

▶ ‘흑인 음악’ 한우물 파 가요계 중심에 세워=양현석은 2006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누션과 원타임을 통해 힙합이, 빅마마와 휘성 등을 통해 R&B와 소울이 대중화돼 한국 가요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사실이 즐겁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한국 가요계에 낯설었던 ‘흑인 음악’을 대중화 하는데 YG는 탁월한 공헌을 했다. YG는 흑인음악의 전통과 정통을 잃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의 한국팬 정서에 호소하는 노래를 만들어내는 데 출중한 작곡ㆍ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줬다.

출발은 결코 순조롭지 않았다. YG의 전신이었던 ‘현기획’의 첫작품인 힙합 3인조 그룹 킵식스는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실패했다. 투자금을 모두 날린 양현석은 YG로 간판을 바꾸며 지하실 구석에서 재기를 노렸다. 양현석은 1997년 지누션의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성공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YG는 지하실 구석의 기획사를 지하실 전체로 넓혔다. 이어 YG는 1998년 원타임으로 연타석 홈런을 친다. YG는 사무실을 건물 2층과 3층까지 확장했다.

2000년대 들어서 YG는 R&B 전문 레이블 엠보트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휘성ㆍ빅마마ㆍ거미를 차례로 데뷔시켰다. 2005년엔 YG언더그라운드를 부속 레이블로 설립, 45RPMㆍ스토니스컹크ㆍYMGA 등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을 ‘오버’로 끌어올렸다. 2007년엔 스토니스컹크의 멤버인 스컬을 미국으로 진출시켜 한국 최초로 미국 빌보드 ‘Hot R&B/Hip-Hop Singles Sales’ 차트에 진입시키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개성 존중, 장점 극대화= YG 소속 가수들의 가장 큰 특징은 ‘개성’이다. 빅뱅ㆍ2NE1ㆍ세븐 등이 구사하는 창법과 댄스 패턴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외모도 SMㆍJYP 등 경쟁사 소속사 그 어떤 가수들보다 ‘개성적’이다.

 ‘K팝스타’ 박성훈 PD는 SM-YG-JYP 3대 기획사에 대해 “SM은 모든 것을 매뉴얼에 따라 진행하고 YG는 장점에 주목하며 JYP는 단점을 개선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촌평했다.

음악 제작 시 반주를 만드는 작업과 랩ㆍ보컬 멜로디를 만드는 작업을 구분하는 것도 기존 국내 기획사들의 작업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작업방식은 각자 가장 잘하는 부분을 책임져 효율을 높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YG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코스닥 엔터테인먼트 대장주로 성장=지난해 11월 말에 코스닥에 상장된 YG의 시가총액은 13일 현재 6440억원이다. 전체 코스닥 상장 기업 중 2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YG의 매출액은 625억원, 영업이익은 152억원에 달한다. 음반시장의 최강자는 SM이지만 음원시장의 최강자는 YG다. 지난 4월 5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YG는 스트리밍(인터넷 실시간 재생) 및 다운로드 건수와 배경음악(BGM) 판매량, 모바일 판매량을 모두 포함한 음원시장에서 YG는 점유율 13.2%를 기록했다. 이는 4.4%를 점유한 SM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해외시장에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YG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총 318억원으로 전년 46억원 대비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빅히트하면서 YG의 주가는 큰 폭으로 뛰었다. 13일 현재 YG의 종가는 6만2500원이다. 양현석의 지분(356만9554주ㆍ34.59%) 가치는 2230억9712만원에 달한다. 이로써 양현석은 연예계에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프로듀서에서 이어 두 번째로 2000억대 주식을 보유한 자산가가 됐다.

정진영 기자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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