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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2, 제 3의 ‘강남스타일' 열풍을 일으키려면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요즘 가요계뿐 아니라 대중의 관심 중 하나가 영미권의 관심을 집중시킨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일회성에 그칠까, 아니면 지속가능할까 하는 문제다. 또한 제2, 제3의 ‘강남스타일’ 열풍을 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외신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원 히트 원더(One-Hit Wonderㆍ히트곡이 하나뿐인 가수)’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아시아권 문화를 하위권으로 보는 미국의 미디어는 그렇게 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열풍을 거품이라고 바라본 외국 매체도 있었다.

싸이가 갑자기 신인이 됐다고 하지만 12년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불러왔다. ‘새' ‘챔피언' ‘연예인' ‘라잇 나우'도 싸이와 어울리는 음악이다. 외국인에게 통할 가능성이 있다.


‘강남스타일’은 인간의 솔직한 감성을 음악과 뮤직비디오로 풀어놓은 것이다. 재미있고 신나며, 한심하며 때로는 멍청한, 하지만 이를 철저히 즐기고 있는 싸이식의 유머에 세계인이 몰려들어 말춤을 추며 반응한 것이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문화는 사람들의 욕구를 최대한 끄집어내주는 것이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 ‘강남스타일’은 콘텐츠 자체의 힘으로 불이 당겨진 것은 확실하다.

제2의 강남스타일 열풍을 만들려면 싸이의 자신 있고 당당하고 주눅들지 않는 모습만은 배워야 한다. 미국 방송에 나와 영어로 대화하기가 힘이 드는 상황에서도 ‘웃기려고 하는’ 근성 같은 것이다.(싸이는 귀국 기자회견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영어가 유창하다고 칭찬해 주었지만 사실은 영어로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에서 한국어로 번역하고 대답을 다시 영어로 재빨리 만들어 말해야 하므로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털어놨다.)

이 점은 장근석이 도쿄돔에서 3시간30분 동안 노래와 일본말로 자신감 넘치게 끌고 나간 뚝심과 상통한다. 어떤 사람은 이를 ‘허세’라고 표현했지만 글로벌 스타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싸이도 초기 엽기가수에서 출발해 ‘똘끼, 양(아치)끼 충만’한 B급의 달인으로서 자신의 콘텐츠를 완성시켰다.

‘강남스타일’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어울리는 음악을 내놔야 한다는 점이다. 싸이가 장동건처럼 생겼다면 코믹한 ‘강남스타일’이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김구라가 ‘배려형 MC’인 유재석처럼 진행한다면 가식적이라는 반응이 나올 것과 같은 이치다. 최고가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싸이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기획형 아이돌 가수가 아니라 11년 동안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해온 뮤지션이다. 그가 만든 가사에는 자신이 걸어온 길이 그대로 들어있다. 어떻게 ‘예비군 통지서와 입영 통지서를 같은 날 받아본 놈 있냐’를 노랫말로 쓸 생각을 했을까? 가사만 봐도 그가 아티스트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슬픔과 분노, 괴로움조차도 음악으로 삭일 수 있는 내공이다. 


싸이는 인터뷰를 가장 잘 하는 가수다. 미리 기획사에서 준비한 듯한 인터뷰가 아니다. 자신의 콘서트에서 ‘지치면 지는 것이다. 미치면 이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웃기지만 우습지는 말자’고 했다. 인터뷰를 잘 한다는 건 화제가 풍부하고 스토리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싸이의 노래가사에 그대로 반영된다. 싸이가 인터뷰를 잘 하는 게 롱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싸이가 한국 노래로 영미를 단숨에 제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새롭게 변화한 매체 환경에 크게 힘입었다. 콘텐츠 자체의 힘으로 불이 댕겨졌지만 유튜브로 대변되는 국경 없는 매체들이 이 불을 크게 확산시켰다. 여기에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톰 크루즈 등 미국 셀리버러티들이 ‘강남스타일’과 트위터로 소통하고 뮤직비디오를 링크해주며 매개 역할을 했다.

그동안 대중음악계에서는 몇 차례 패러다임 변화를 겪었다. 이 웨이브를 잘 타면 대스타가 됐다. 첫 번째 큰 환경변화인 MTV의 출현으로 라디오스타는 다 죽었다. 여기에 적응한 가수가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다. 이들은 춤과 노래를 모두 중요시했다. 이번에는 유튜브로 대변되는 또 한 번의 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이 흐름을 잘 탄 가수가 싸이다. 유튜브라는 매체에 적합한 영상을 필요로 하는 또 다른 ‘비디오 음악시대’다.

새로운 환경변화에는 새로운 마케터를 필요로 하는데 스쿠터 브라운의 역할이 한몫했다. 비영어권 음악이 미국으로 들어갈 때는 모두 마케터가 있었다. 스쿠터 브라운은 탄탄한 경력을 쌓아온 매니저가 아니라 31살의 떠오르는 신예다. 북미 청소년의 우상인 저스틴 비버를 비롯해 코디 심슨, 칼리 레이젭슨 등의 가수를 트위터 등 SNS에서의 영향력을 활용해 스타 메이킹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엔 싸이 차례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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