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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겁없은 신인감독’ 이돈구·김승현, 부산영화제를 빛내다
뉴커런츠 부문 ‘가시꽃’ 이돈구
초저예산 불구 깊이있는 디테일
비보이 출신…고2때 영화출연도

‘누구나 제명에 살고싶다’ 김승현
카페·술집종업원 일하며 꿈키워
빚이 몰고온 형제간 비극 그려내


‘도둑들’에 이어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명 고지를 다시 넘을 태세다. 김기덕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한국 독립영화의 힘을 보여줬다. 그리고 또 다른 한국영화의 미래는 부산에 있었다.

지난 4일 개막해 8일로 반환점을 돈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의 젊은 감독 두 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독립영화의 거침없는 상상력과 파워풀한 에너지, 상업 장르영화의 매끈한 대중적 화법까지 두루 갖춘 걸출한 ‘무서운 신인’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유일한 경쟁 부문인 ‘뉴커런츠’에 초청된 ‘가시꽃’의 이돈구(28·왼쪽)와 ‘누구나 제명에 살고 싶다’의 김승현(37·오른쪽) 감독이다.

‘가시꽃’은 300만원의 초저예산을 들여 찍은 영화다.

고교시절 나쁜 친구들에 휩쓸려 여고생 성폭행에 가담했던 주인공이 10년 후 피해여성을 만나고 죄의식에 시달리다 속죄와 참회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렸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찬일 프로그래머가 이 영화를 “이창동 감독 ‘시’의 저예산 버전”이라고 할 만큼 깊이있는 주제의식을 담아냈다.

‘누구나 제명에 살고 싶다’는 빚이 몰고 온 형제 간 비극을 다뤘다. 한 여성과 채무로 연결된 남성 간 폭력의 사슬을 서슬 푸른 시선으로 담아냈다.

‘가시꽃’의 이 감독은 경력이 이채롭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초등학교 시절 서태지와아이들의 ‘컴백홈’으로 춤을 추기 시작해 중학생 때는 NOC라는 크루에서 비보이 멤버로 활동했고, 고2 때는 비보이 소재 영화 ‘턴잇업’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후 연출로 진로를 틀었다.

부산에서 만난 이 감독은 300만원의 제작비 중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200만원을 빌려 찍었는데, 둘이 결별했다고 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시꽃’의 이야기 소재는 나영이사건 등 잇단 흉악 성범죄에서 주체 못할 분노를 느끼며 얻게 됐다.

“나영이 사건의 범인이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지도 않는 걸 보면서 가해자가 과연 미안함이나 갖고 살아갈까라는 질문과 회의가 생겼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인물과 이야기를 구성하는 재능이 뛰어나고 특히 놀라운 디테일 묘사를 보여준다.

‘누구나 제명에 살고 싶다’의 김 감독은 늦깎이 신인이다. 서울예대 입학과 자퇴, 재입학을 거듭한 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카페, 술집 시급 종업원부터 짐나르기, 홍보영상 찍기까지 안 해본 ‘알바(부업)’가 없다.

“유영철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며 “방향 잃은 분노가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동생의 죽음에 대한 형의 복수, 성적 욕망 및 존재 증명에 좌절을 경험한 남성의 고단한 폭력을 주저없이 밀고 나가는 이야기로 담아냈다.

부산=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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