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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미묘한 공기는 무엇인고? 시간을 천착한 정보영의 회화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정보영(39)은 공간과 빛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어두운 공간 속 빛을 통해 시간성을 천착한 그림으로 국내외에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선 그의 차분하고 이지적인 그림들이 추정가를 훌쩍 넘기며 낙찰되곤 한다. 그가 10~23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의 이화익갤러리에서 ‘빛,시간의 경계(Light, the Border with Time)’전을 연다.

정보영의 이번 그림 또한 사방이 칠흙처럼 어둡다. 그가 그린 공간에는 작은 문 틈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와 선명한 면분할을 이룬다. 어둠 속 빛의 흔적은 더없이 강렬하다. 살랑거리는 촛불은 방금 전까지도 인간이 그 곳에 자리했음을 말해주고, 작은 문틈으론 불이라도 난 듯 다홍빛 불빛이 이글거린다. 다음 장면이 몹씨 궁금해지는 지극히 영화적인 그림이다. 


지난 15년간 빛과 공간의 회화적 재현이 지닌 의미를 탐구해온 정보영이 그리는 공간은 사실 그닥 특별할 게 없는 공간이다. 그러나 그가 표현함으로써 낯선 공간이 된다. 밝음과 어둠의 드라마틱한 대비, 어둠을 가르며 시선을 사로잡는 빛줄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스듬히 놓여진 사다리, 여린 빛을 뿜어내는 작은 초, 세월의 흔적이 배어있는 낡은 벽지 등이 더해지며 묘한 긴장감을 더해준다.

정보영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장소는 청주 소재의 미술관이다. 작고 특색있는 건물을 이리저리 조합한 이 미술관의 색다른 공간을 좋아하는 작가는 독특한 화면구도와 빛의 대비로 더없이 신비로운 장소로 빚어냈다. 


그의 작품은 원근법과 소실점 등 회화의 본령을 충실히 이행하며 아카데믹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나와 얼마 전 박사학위를 취득한 정보영은 카라바지오와 벨라스케스 등 빛과 공간을 미묘하게 다룬 화가들을 좋아한다. 그 역시 어두운 공간 속 빛의 흐름을 통해 도도하게 흐르는 시간을 그리길 즐긴다. 회화적 감수성에 충만한 정보영의 그림은 ‘회화의 매력’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우리 앞에 오롯이 보여준다. 02-730-7818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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