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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경분리 외면한 한 · 일 통화스와프
한국과 일본 정부는 이달 말 끝나는 양국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이로써 700억달러인 두 나라 간 통화 스와프 규모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30억달러로 줄어들게 됐다. 정부 당국자는 “정치적 고려 없이 순수한 경제적 관점에서의 결정”이라고 강조하지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와 국민 감정을 반영한 정무적 판단이 기저에 깔린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경분리의 틀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물론 당국자도 밝혔듯이 한ㆍ일 통화 스와프가 축소되더라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외환ㆍ금융시장의 위기 대응 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통화 스와프 종료가 결정된 9일만 해도 시장은 아무런 동요 없이 평온하게 장을 마쳤다. 오히려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3원 내리는 강세를 이어갔다. 당장 가동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3200억달러로 늘었고, 한ㆍ중 통화 스와프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달러까지 합하면 웬만한 위기 상황은 끄떡없이 넘길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정부가 ‘경제적 관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하지만 통화 스와프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안전장치다. 상황이 급해지면 한도를 정해놓고 언제라도 꺼내 쓸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과 같다. 외환 유동성에 지금 문제가 없더라도 굳이 협정을 중단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유럽의 경제위기는 세계 경제를 여전히 짓누르고 있으며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우리도 언제까지 안전지대에 있다고 장담할 처지는 못 된다. 예전에 비해 한결 나아졌다고 하나 우리 금융시장은 대외 충격에 허약한 구조적 취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로선 통화방어벽을 최대한 튼튼하게 쌓아놓을 필요가 있다.

결국 일본의 ‘속 좁은 행동’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통화 스와프는 일방이 아닌 쌍방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으로서도 지역 금융안전망 구축이란 측면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는 조치다. 그런데도 독도 문제로 양국 관계에 틈이 생기자 ‘통화 스와프 연장’ 카드로 한국을 압박하려 한 것은 치졸한 짓이다. 경제는 철저히 경제논리로 풀어가야 왜곡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쉽지만 이미 강을 건넜다. 금융당국은 통화방어벽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안전에 거듭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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