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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혜, ‘신비소녀’에서 ‘미녀 점쟁이’까지 “매력적인 배우되고 싶다”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스물 한 살이다. 앳된 티를 조금씩 벗고 있다. 대사가 있고 비중이 큰 역할을 맡아 영화로는 사실상 데뷔작이 된 ‘점쟁이들’에서 문득문득 섬뜩한 미녀 점쟁이 ‘승희’ 역할을 맡았다. 울긋불긋한 무당 옷을 입고 타로점을 치면서 처음 본 사람의 과거를 읽어내는 영험한 능력의 점술가다. 극중 앳되고 예쁜 얼굴만 보고 쉽게 말을 걸었다가 귀기어린 목소리로 톡하고 되쏘는 말에 데인 것처럼 사람을 물러나게 하는 인물이다. 배우 김윤혜(21)는 이 작품으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이름도 열 두살부터 쓰던 예명 ‘우리’를 버리고 본명을 크레딧에 걸었다.

“이제까지 오디션 100번은 봤을 거에요. 그 중에서도 ‘승희’만큼 독특한 캐릭터는 없었어요. 이번 영화는 신정원 감독님과 3번 만남 끝에 출연을 결정했죠. 감독님이 처음 저를 보시고 일주일 동안 공부를 해오라고 시키셨어요. 극중 인물도 저와 똑같은 스물 한 살이거든요. 특수한 직업을 가진 인물이지만 저와 같은 면을 찾아내려고 애썼죠.”


공부가 통했을까? 영화 속에서 김윤혜는 김수로, 곽도원, 이제훈, 강예원 등 선배들 틈바구니에서 제 몫을 씩씩하고 매끄럽게 해냈다. 예쁘고 조신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뼈를 움켜잡고 고기를 게걸스레 먹어치우다 귀기서린 대사를 뱉어내는 대목은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김수로의 애들립에 호흡을 맞추는 장면도 촬영 중엔 웃음이 터져 NG가 있었지만, 영화 속에선 코믹한 느낌이 잘 살았다.

“패션 화보에선 신비로운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죠. 많은 분들이 저에게 미스터리한 느낌이 있다고들 하세요.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풍긴다고. ‘승희’의 신비롭고 카리스마 있는 성격을 표현하는데는 좋겠다 싶었죠. ”

김윤혜가 여중생 시절 ‘우리’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가수 임정희의 ‘사랑아 가지마’ 뮤직비디오에서는 사이보그 소녀로 등장했다. 가녀린 몸매의 앳된 소녀 모습에 현대적이고 묵시록적인 이미지를 더해 강렬한 느낌을 보여준 영상이었다. 마치 레옹의 나탈리 포트만(‘마틸다’ 역) 같이 다듬어지지 않은 날선 결이 인상적인 소녀였다. 몇 년 후 어느덧 숙녀로 성장한 김윤혜에게선 젊은이다운 쾌활함과 여성스러움이 더해졌다. 웃음이 썩 밝다. 


“열 두살에 화보를 통해 활동을 시작했어요. 연예계에 계신 어른들께는 딸같고 막내동생 같으니까 저도 두려움은 없었죠. 그런데 사춘기 지나고 스무살에 다시 나와 보니까 이 분야의 치열함도 보이고 어른들을 대할 때 조심스러움과 낯가림도 생기더라구요. ‘점쟁이들’을 촬영할 때 (곽)도원 오빠가 타고난 사람도, 노력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게 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아직은 여유가 없지만 내 일을 사랑하면서 하고 싶어요.”

김윤혜는 내성적인 성격을 바꾸고자 어머니 권유로 ‘뽀뽀뽀’에도 출연하고 아동학습지나 놀이비디오 모델로 활동했다. ‘뽀뽀뽀’ 출연 당시 찍은 프로필 사진을 보고 유명 패션잡지 화보를 찍으면서 연예계에 발을 내딛었다. 드라마 ‘최강 울엄마’ ‘강력반’ ‘넌 내게 반했어’ ‘선녀가 필요해’ 등에 출연했다. 어린 시절부터 활동했지만 고교 시절엔 학교에 집중하느라 작품이 뜸했다. 고교 졸업 후엔 대학 진학을 하지 않았다. 아직은 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김윤혜의 말이다. ‘우리’라는 예명을 버린 것은 새출발의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기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충’도 있었다.

최근 만난 김윤혜는 “지금은 내 또래에 맞는 자연스러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영화든 드라마든 연극이든 현장 경험을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제, 정치, 휴먼, 자연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는 김윤혜가 세상에 대한 시각과 지식을 넓히는 좋은 취미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한 일본어는 현지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정도로 능통하다. 20대엔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등도 유창할 정도로 배우고 싶다. 김윤혜는 “예쁜 배우보다는 매력적인 사람,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suk@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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