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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뒷북 금리인하, 효과는 지극히 미지수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연 2.75%로 석 달 만에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7월에 이어 다시 0.25%포인트 낮춘 것이다. 기준금리가 연 2%대로 낮아진 것은 2011년 2월 2.75% 이후 20개월 만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으로 경기 촉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은이 택한 것은 금리 추가인하만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에는 이를 것으로 봤으나 이날 슬그머니 그 전망치를 2.4%대로 대폭 낮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조정한 성장률 2.5%보다 낮은 수준이다.

예상보다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외국 투자은행들이나 민간 연구소 역시 같은 입장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신호나 다름없다. 경제성장률과 금리 둘 다 2%대로 가라앉게 되면 저성장 기조가 보다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각오할 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일본식 L자형 장기 저성장에 대한 염려는 수개월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유독 한은만은 정부와 시장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다. 삼성을 위시한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여타 연구기관들이 경보등을 켠 뒤에야 슬근슬쩍 뒤를 밟은 꼴이다. 미국과 유럽중앙은행 등이 통화완화 정책을 펴는 등 적극적인 방어 전략을 편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이번 금리 인하가 과연 얼마나 효과를 낼지도 의문이다. 뜸 들이는 사이 인하효과는 이미 시장에 반영될 대로 반영된 때문이다. 이날 증시 역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장 가계부채 증가 및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자신감을 보인 물가가 과연 향후 3년간 안정적일지도 미지수다.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언제 들썩일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란발(發) 불안이 진정되고 시리아-터키 갈등 등 중동 정세가 꼬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게다가 미주 지역의 극심한 가뭄 등 이상기후로 국제 곡물가격은 폭등 추세다. 태풍 피해와 겹쳐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유로존 재정재앙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가 우리 수출과 내수 부진을 점점 더 부추긴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금리 인하가 실질금리 인하로 이어지도록 각별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국가 차원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도 급선무다. 산업의 체질은 적극 바꾸되 경제민주화를 구실로 기업을 옥죄는 일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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