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의 단풍과는 달리 솜털 모양의 은빛 물결이 넘실대는 억새군락도 가을의 추억을 새길 만큼 아름답다. 이미 서울하늘공원을 비롯 강원도 민둥산 등 몇몇 군락지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가을의 오서산도 억새 관광지로 빠지지 않는다. 충남 보령시 청라면 일대 오서산, 해발 791m로 서해안에 바짝 다가서서 솟아오른 꽤나 높은 산이다. 북쪽으로는 홍성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 정상에 억새가 길 양옆으로 군락을 이루고 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충청권의 대표 억새동산이다.
오서산 정상의 억새평원, 곱기로 유명하다. |
오서산 정상의 억새는 솜털같은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오서산의 억새는 다른 곳과 달리 비교적 작은 키에 곱기로 유명하다. 억센 억새가 아닌 고운 억새다.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약한 줄기로 강한 서해바람을 이겨내준게 고마울 따름이다. 이 맛에 소문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명대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오서산자연휴양림이 등산길을 안내한다. 이곳에서 정상까지 약 1시간 10분. 얕보고 오르다간 금방 지친다. 산은 1시간여 동안 경사와 완만한 코스를 번갈아 제공해준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8부 능선 쯤 오르면 동쪽에 펼쳐진 청양군 화암리 일대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보는 가을의 황금들녘은 우리네 마음까지도 풍요롭게 채워준다. 나는 빈손으로 산에 오르지만 산은 나에게 무형의 풍성한 선물을 안긴다. 하지만 여기까진 아직도 맛보기.
오서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바라본 청양군 화암리 일대 |
곧바로 통신중계탑에 오르면 사실상 정상. 여기서 정상을 알리는 비석까지 약 100여m는 거의 같은 고도다. 이 구간 오솔길 양옆으로 고운 은빛 물결이 서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율동에 맞춰 춤을 춘다. 억새의 자태에 빠진 등산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울타리를 넘어 억새숲에 몸을 안긴다. 여기저기서 기념샷 소리.
정상에서 바라보는 확 트인 동서남북 지평선은 이 산이 얼마나 높은가를 잘 말해준다.
서쪽으로 펼쳐진 들녘 끄트머리에는 보령방조제에서 서해로 흘러가는 강물도 한 눈에 들어온다. 서해, 오서산의 벗이 돼 준다.
오서산의 낙조는 그야말로 장관이지만 가을 겨울철에는 해가 진 후 하산하는게 위험하므로 일몰 구경은 포기해야 하는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곳 오서산자연휴양림은 가족단위의 휴양객이 편히 쉴 수 있는 다양한 시설물들이 갖춰져 있다. 휴양관과 숲속의 집, 수련관, 맨발걷기체험장, 자연관찰로, 야영장, 취사장, 어린이물놀이장 등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오서산 길목에 있는 기이하게 생긴 400년 된 육소나무 |
특이하게 생긴 육소나무 밑동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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