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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사연기 원인 분석도 러시아에 의존해야 하는 ‘깜깜이 나로호’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지난 26일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Ⅰ)의 3차 발사가 또 연기됐다. 발사체 하부 연료공급라인 연결포트 상부에 설치된 분리면의 고무 실(seal)이 파손되면서, 로켓 내 기밀 유지를 위해 주입되는 헬륨 가스가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발사 연기 원인을 밝혀내는 과정이 문제다. 나로호의 1단 로켓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社)가 개발한 ‘앙가라’ 로켓이다. 원인 분석도 러시아 측이 주도할 수 밖에 없다. 문제가 된 실(seal)도 제조국인 러시아로 보내져 정밀 분석을 받는다.

실제로 발사대에서 내려져 다시 발사체조립동으로 들어간 나로호는 우리나라와 러시아 기술진의 합동 점검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술진은 1단 로켓 시스템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말 그대로 우리는 나로호에 대해 ‘깜깜이’인 셈이다. ‘우리나라 발사체’지만 ‘한국형 발사체’라 부를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발사체 기술 터득 방식을 해외 로켓을 통한 퀀텀 점프(quantum jumpㆍ대약진) 방식을 채택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관련 학계 일부의 지적이다. 나로호가 발사에 성공했어도 우리가 온전하게 발사체 기술을 습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에서는 한-러 기술협력을 통해 가장 중요한 발사체 시스템과 발사운용기술을 확보했고, 러시아 설계를 바탕으로 한국산 발사대도 구축했다며 “발사체 기술의 상당 부분을 습득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항우연 측은 기술 이전에 대해 “발사체 기술은 워낙 민감해 공식적인 이전은 어렵고, 나로호도 ‘기술 협력’의 일환”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때문에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발사체를 만든 것도, 기술을 이전받는 것도 아니면 5200억원을 주고 우리 땅에서 러시아 로켓을 시험발사해주는 의미 밖에 없다”는 회의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나로호 발사 성공이 진정한 우주독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에, 발사 연기를 바라보는 학계와 국민의 마음은 더 착잡하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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