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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치에서 사랑을 나누는 나귀들…인간의 순정한 속살을 그리다
내달 7일 인사아트센터 김영미展
의인화된 동물을 그리는 화가 김영미(51)가 오는 11월 7~12일 서울 관훈동의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에는 200호 크기의 대작을 포함해 총 30여점의 유화가 나온다.

김영미의 그림에는 두 귀를 쫑긋 세운 나귀를 비롯해 소ㆍ강아지ㆍ부엉이 등의 동물이 등장한다. 인간도 간혹 등장하지만 주인공은 단연 동물이다. 인간을 그리던 작가는 7년 전부터 동물 작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동물들은 화가 자신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인간이기도 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랑을 나누거나 호숫가 수양버들 아래에서 명상에 빠지거나 허름한 대폿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동물들은 곧 화가 스스로의 삶이자 우리 모두의 삶이다.

독일의 신표현주의를 연상케 하는 동물 그림을 통해 김영미는 이 세상을 휘휘 유람하며, 인간 삶과 그들의 실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작가는 “사람을 사실적으로 그리다가 그 직설법을 살짝 비틀어 동물로 치환했더니 훨씬 자유로워졌다”며 꾸미지 않은 인간의 순정한 속살을 동물을 통해 드러내는 작업이 무척 흥미롭다고 했다. 

나귀를 통해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을 표현한 김영미의 유화‘ 봄날은 온다’. 93×113㎝.

동물 그림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어가는 세태에 대한 작가로서의 비틀기이기도 하다. 희화한 동물을 통해 인간성을 상실한 이 시대 도시인을 꼬집고 있는 것. 작가는 우리가 부디 동물만도 못한 인간이 아닌, 진정한 인간으로 거듭나길 갈망하며 그림을 그린다.

김영미는 특히 나귀를 자주 그리는데 나귀야말로 동서양 문명을 이어주는 등 인간을 위해 오랜 세월 헌신해왔는데도 동서양 공히 낮춰보는 게 못마땅해 나귀를 당당히 주인공으로 대접한다고 했다.

그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사막을 오가는 나귀처럼 어느 한 곳에 마음을 두지 못하는 현대인 또한 영원한 ‘디아스포라’라고 강조한다. 이들 이방인을 주인공으로 발탁해 흥겨운 삶을 부여함으로써 김영미는 또 다른 희망을 드러내곤 한다.

미술평론가 홍경한은 “김영미의 그림에선 삶의 현장에서 작가가 느끼는 뜨거운 감정들이 실존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부유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우리가 잃어가는 자아에 관한 일깨움이 이입돼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유화 작업과 함께 24년째 매주 한 차례씩 모델을 작업실로 불러들여 인물 크로키를 하고 있다. 누드 크로키도 하고, 특별한 포즈를 섬세하게 그리기도 한다. 자신이 그린 모델이 300여명은 넘었을 것이라는 작가는 “인물 데생이야말로 예술 앞에 늘 시퍼렇게 날을 세우게 한다”고 했다. (02)736-102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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