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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라이프 17회>목소리 큰 사람도 꼼짝 못하는 스마트 블랙박스
최근 들어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들이 부쩍 많아졌다. 접촉사고에서 뺑소니까지 크고 작은 차량사고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 지 모르다보니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증거 자료로 블랙박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 순간도 놓쳐선 안되는 블랙박스의 특성상, 장시간 촬영을 하다보면 메모리 용량을 초과해 오래된 동영상은 자동으로 삭제되고 만다. 촬영된 동영상을 금방 확인하는 경우에야 별 문제가 없지만, 만약 몇 개월전에 발생한 사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주기적으로 메모리카드의 동영상을 PC에 백업해 놓으면 되겠지만 꽤 번거로운 작업이다. 블랙박스에 찍힌 모든 동영상이 자동으로 어딘가에 차곡차곡 저장돼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검색해 바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그래서 등장한 것이 클라우드를 활용한 ‘스마트 블랙박스’다.

블랙박스란 원래 작동원리는 몰라도 원인에 대한 결과만 알 수 있도록 만든 장치나 회로를 의미했는데, 이것이 항공기에 적용되면서 사고시 원인을 밝혀내는 장비를 일컫는 대명사처럼 쓰이게 됐다. 정확한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도록 하는 것이 블랙박스의 역할로, 차량용 블랙박스 수요가 급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출고되는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를 의무 장착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돼 이제 블랙박스는 운전자의 안전을 수호하는 필수 아이템이 되고 있다. 

스마트 블랙박스와 연동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조회한 모습.
                                                                                  <자료 : 애니카 홈페이지>

그런데 현재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블랙박스는 SD카드 같은 저장매체를 이용하고 있어 동영상을 확인하려면 PC가 필요하다. 게다가 번호판 식별을 위해 고화질 영상으로 촬영을 하고 차량 전후, 측면까지 감시 영역을 확대하면 저장용량에 한계가 발생한다. VGA급 1채널의 블랙박스 동영상을 24시간 녹화하는 데만도 16GB가 필요하니, 고화질로 1개월분 동영상을 촬영한다면 SD카드 수십개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블랙박스에 통신모듈을 탑재한 ‘스마트 블랙박스’다.

스마트 블랙박스는 3G나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통해 운행기록, 동영상 등 각종 정보를 저장매체가 아닌 서버나 PC로 전송, 보관한다. 클라우드에 기반해 저장용량을 마음껏 늘릴 수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블랙박스를 통해 정체여부, 주변 사고 상황, 심지어는 차 앞을 지나가는 인물 데이터까지 수집해 실시간으로 운전자에게 분석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한 보험사는 통신사와 제휴해 스마트 자동차 보험을 출시했는데, 스마트 블랙박스를 이용해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보험사에 사고가 접수되고 바로 현장출동 서비스까지 제공된다. 만약 운전자가 없는 상황에서 차량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운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차량진단 및 영상확인을 해 즉시 사고 접수를 할 수 있다.

미래의 스마트 블랙박스는 교통사고의 가해자까지 판별해 자동으로 경찰에까지 신고하는 보안관 역할까지 하게 될 것이다. 향후에는 영상녹화기능 외에 차량추돌이나 차선이탈 경보 등 텔레매틱스(Telematics) 기능까지 추가돼 스마트 블랙박스의 진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교통사고가 나면 무조건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가 보고 있는 한 더 이상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 사고가 나면 언성을 높이기보다 스마트폰으로 차분히 동영상을 검색해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편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김재필 KT 경제경영연구소 팀장/kimjaepil@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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