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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 대작들 속에 주목받는 유럽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와 ‘레베카’
중국 음식점의 우동 요리보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파스타가 더 맛있어 보이고 분식집 순대보다는 독일산 소시지가 더 마음에 드는 이유는 취향과 음식의 질도 그렇지만 유럽문화에 대해 동경하는 뭔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의상,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뮤지컬 곡은 유럽 식의 뮤지컬이 자랑하는 두 가지 요소다.

국내에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유행하는 대작 뮤지컬에 익숙한 대중에게 영미권 이외의 유럽 국가에서 만들어진 뮤지컬은 음악과 의상이란 요소들을 강점으로 인기를 유지해 왔다.

올해도 연말 뮤지컬 대작들이 차례대로 막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와 내년 초 개막할 ‘레베카’는 유럽 풍의 독특한 의상과 낯설지만 기대되는 이야기로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의 연습실 공개 장면.                                                                                [자료제공=EMK뮤지컬컴퍼니]

▶‘엘리자벳’의 아들, ‘황태자 루돌프’=비운의 오스트리아 황태자 루돌프와 그의 연인 마리 베체라의 죽음에 얽힌 ‘마이얼링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올 연말까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관객들을 울릴 예정이다.

루돌프 황태자는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황후 엘리자벳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그는 자유주의를 희망했던 권위를 바로잡기 위한 아버지 요제프 황제의 철권통치에 반대한 대상이었다.

하지만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도 전에 루돌프는 수도 빈 근교의 마이얼링에 위치한 한 별장에서 연인 마리와 함께 총에 의해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둘의 사망은 자살로 일단락됐다. 실제론 마리와 루돌프의 이룰 수 없는 사랑과 두 사람의 안타까운 자살 이야기로 끝을 맺는 뮤지컬과는 달리 1983년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후 지타 마리아가 루돌프 황태자의 암살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화라는 점과 비극적 사랑 이야기는 관객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주인공이 병에 걸려 죽음으로 이별하는 통속적인 신파가 아니라 권총자살이란 극적이고 세련된 죽음은 유럽 식의 낭만을 상상하게 만든다.


의상은 작품의 다른 강점이기도 하다. 근대 유럽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 줄 의상은 한국에서 직접 제작했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당시 입었던 드레스, 세트에 공도 들이고 영상도 도입했다”며 “충무아트홀 역대 작품 중 가장 많은 300벌의 의상을 준비했고 배우들의 의상을 갈아입히기 위해 스탭 10명이 대기한다”고 했다.

오케스트라의 실감나는 연주 역시 작품의 강점이다. 20여 명의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음악은 작품에 감동을 더한다. 엄 대표는 “비엔나 극장 협회가 녹음된 반주를 사용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며 “지휘자가 무대 위에 올라가 인사하는 것도 흔치 않은 것”이라며 음악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연주자들 역시 현지 스탭들로부터 명단을 확정받는다.

배우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 작품이지만 작품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 또한 배우다. 루돌프 황태자 역엔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가 캐스팅됐고 뮤지컬 ‘엘리자벳’으로 검증받은 배우 옥주현과 최유하, 김보경이 마리 베체라를 연기한다.


루돌프 역의 안재욱은 엄 대표의 끈질긴 구애 끝에 작품에 참여했다. 엄 대표는 황태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지 말라며 계속 그를 설득했고 연습이 들어가기 두 달 전 쯤, 밤새 공연 DVD를 본 안재욱이 작품이 좋다며 아침에 전화를 걸었다. 안재욱은 스케줄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했지만 며칠을 고민한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

안타까운 이야기 전개와 함께 근대 유럽을 눈앞에서 재현하며 많은 사람들을 감동케 할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오는 10일 부터 충무아트홀에서 막을 올린다.

1938년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레베카’. 1940년 스릴러 영화의 대부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자료사진은 유럽 공연 장면.
                                                                                                        [자료제공=EMK뮤지컬컴퍼니]

▶히치콕의 스릴러 영화 ‘레베카’, 뮤지컬은 어떤 긴장 전할까…=스릴러 영화가 스크린을 벗어나 무대 위에 재현된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만드는 무대 위 긴장감은 영화보다 더 스릴 넘친다.

‘레베카’는 영국의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Daphne du Maurier)가 지은 동명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다. 히치콕의 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은 독일의 뮤지컬 작가 미하일 쿤체는 헝가리의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함께 작품을 제작하기로 해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소설이 출간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직전인 1938년, 당시 영국의 상류층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나(I)’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레베카’는 막심 드 윈터와 ‘나’의 결혼, 막심의 전처 레베카를 소중히 여기는 댄버스 부인의 음모를 다뤘다. 분노, 광기의 결말은 결국 불길과 화염으로 마무리한다.

샬롯 브론테의 소설 ‘제인에어’와도 비슷한 내용은 스릴러답게 상세한 이야기 전개가 중심이다.


디테일한 극적 부분을 잘 묘사하며 극을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품의 최대 숙제는 관객의 몰입이다. 엄홍현 대표는 ‘레베카’를 위해 3년 동안 대관이 되길 기다렸다. ‘레베카’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그가 생각한 최적의 공연장은 부채꼴 모양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LG아트센터.

엄 대표는 “다른 대형 공연장들은 무대와 객석과의 거리가 길고 몰입하기 적절하지 않지만 LG아트센터는 1000석이라는 객석 수에 비해 무대와의 거리가 가깝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마지막 장면에 어울리는 곳이라는 것. 불타는 장면을 묘사할 때 관객의 시선과 눈높이와 딱 맞아 적절한 구조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스릴러 ‘잭더리퍼’에서 열연한 유준상, ‘맨오브라만차’의 멋진 세르반테스 류정한, ‘헤드윅’에서 에너지 넘치는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오만석이 영국 신사 막심 드 윈터를 연기하며 옥주현과 신영숙이 댄버스 부인을, 김보경과 임혜영이 ‘나(I)’를 연기한다. 영화 ‘레베카’를 너무 좋아한다는 선우재덕은 작품에 대한 애착으로 줄리앙 대령을 깜짝 연기할 예정이다.

유럽식의 고전 스릴러물의 긴장감을 무대 위로 옮겨 올 ‘레베카’는 내년 1월 12일 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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