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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순명, 소외 어린이와 함께 ‘꿈꿀 권리’ 를 그리다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분명히 어린 소녀의 사진인데 그 위에 웬 낙서같은 그림이 겹쳐져 있다. 눈 코 입에도 아무렇게나 그은 선들이 있고, 얼굴 주위론 활짝 꽃이 피어 있다. 도대체 무슨 작업일까?

이 작품은 작가 홍순명(53)이 체코의 집시 어린이와 손잡고 만든 인물초상이다. 늘 남다른 시각으로 현대 사회의 단면을 조망해온 작가는 이번에 미국 인디언족 어린이, 체코 집시족 어린이 등 문화소외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꿈꿀 권리’라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초상을 마음껏 그리게 한 뒤 이를 작가가 찍은 어린이 사진과 합성함으로써 저마다의 순수한 소망을 드러내고 있는 것.

작가 홍순명이 서울 안국동의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에서 ‘뒤집어본 풍경’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연다. 


홍순명은 이번에 세계 곳곳의 문화소외지역 어린이들과 시행한 초상 작업 외에 그간 지속적으로 시행해온 ’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 작업도 선보이고 있다.

사이드스케이프(SIDESCAPE)란 인터넷이나 신문, 잡지 등에 보도된 사건사고 사진을 채집해 그 속의 주체가 아닌 주변에 촛점을 맞춰 이를 부각시킨 작업을 말한다.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붓 터치와 색감으로 홍순명은 사건의 현장을 형상이 은근슬쩍 뭉개진 풍경화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 작업은 홍순명에 의해 직조된 남다른 ‘주변부 풍경’이 되는 셈이다. 이들 그림은 사람들이 별반 주목하지않는 ‘시선 밖의 풍경과 사물’, 또는 감춰진 풍경이란 점에서 풍경화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비나미술관 2층 전시장에는 ‘꿈꿀 권리’라는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이 작업은 작가가 평생에 걸쳐 계획하고 시행할 풍경, 인물, 정물 시리즈 중 새롭게 시도한 초상화 프로젝트다. 작가는 미국 산타페의 원주민 어린이, 한국의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 소외된 지역의 어린이들과 함께 공동으로 초상화를 제작 중이다.


어린이들이 그려낸 미래 꿈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영웅 등의 천진난만한 그림에 소년소녀의 실제 사진을 오버랩한 작품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꿈, 혹은 무심히 지나쳤을 소소한 변방의 아름다움을 돌아보게 한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 중 일부는 지난 달 체코 프라하의 세인트 질 도미니칸 대성당에 3m 높이의 거대한 유리창에 설치되기도 했다. 성인들의 초상이 걸려있던 자리에 어린이들의 순수한 모습이 내걸려 현지에서 ‘참신하고 의미있는 프로젝트’로 평가받으며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바 있다.

사비나미술관 전시기간 중 작가는 초등학교와 연계해 모두 여섯차례에 걸쳐 100여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꿈꿀 권리’ 작업을 펼칠 예정이다. 전시는 12월 9일까지. 02-736-4371.

/yrlee@heraldcorp.com

홍순명이 체코의 집시 어린이들과 함께 만든 작품 ‘꿈꿀 권리-나탈카 구나로바’(54x40cm,이미지합성)                                [사진제공=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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