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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괜찮은 남자에게 ’밀당’’튕기기’가 안통하는 이유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성공한 사랑은 우리의 다른 활동까지 빛나게 합니다. 실패한 사랑은 우리에게 상대를 더 깊이 배려하라고 채근합니다. 어떤 경우든 실패란 없습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윈-윈 입니다.”

하버드대 인기 강의 ‘사랑에 관하여-성역할, 섹슈얼리티, 정체성’의 주인공 마리 루티 교수의 사랑 옹호론이다.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은 이 강의는 무엇보다 루티 교수 본인과 주변인들의 경험을 토대로 실제적인 사랑 얘기를 등장시켜 오해와 진실을 선명하게 보여줬다는 데 있다.

강의를 책으로 묶은 ’하버드 사랑학 수업”(웅진지식하우스)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연애지침서 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루티 교수는 “나는 남녀가 서로 다른 별에 산다는 말이 지긋지긋한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할 정도로 ’연애는 게임이다’는 식의 논리들을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한다. 그에 따르면, “연애에 ‘방법’이란 없다. 흔히 말하듯 더 비싸게 군다고 해서 연애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이런 게임 때문에 사랑이 말라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철학과 심리학을 도구로 삶에서 반복되는 잘못된 애정 패턴을 그려 보이며 진정한 사랑하기의 모습을 12장에 걸쳐 차근차근 펼쳐 보인다.

흔히 연애전문가들이 말하는 튕기기는 과연 먹힐까. 저자에 따르면 이는 가치를 확신하지 못할 때 하는 행동일 뿐이다. 사람들은 너무 지나친 관심이나 선을 넘어버리는 것은 주저하게 마련이며, 그건 여자나 남자나 마찬가지란 것. 자기를 썩 내켜하지 않는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괜한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은 건 똑같다는 얘기다. 즉 상대방이 괜찮은 남자라면 튕길 수 없다는 것이다.

무언가 ‘척’하는 가장도 마찬가지로 필요없다. 남자를 힘들게 해야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거나 지속적인 관심을 얻기 위해 남자를 조종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는 것. 그는 그런 데서 벗어나 마음의 독립을 얻으라고 말한다. 자신의 개성을 발산하며 자기 인생을 충만하게 사는 이를 사람들은 원하고 섹시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루티의 조언은 세상에서 말하는 남녀 교제방식과도 거리가 있다. 가령 만나고 싶은 상대를 만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높이뛰기 바에 비유한다. 남자가 기준에 못 미칠 때 바를 낮추지 말고 바를 다른 데로 옮기라는 조언이다. 이는 성에 차지 않는 관계에 머물면서 겪게 될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란 얘기다.

신데렐라를 꿈꾸는 것도 현실에선 불행이다. 남자가 너무 많이 베푸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여자는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할 권리가 없게 되며, 이런 불균형은 결국 깨지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인, 한 번의 영원한 사랑에 대해서도 저자는 인간의 성장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인성은 이별과 고통을 통해 더 깊어지고 다면적이 되기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연애의 실패나 이별의 과정에서 상대방의 좋은 자질, 매력의 어떤 점이 자신에게 남겨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지금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포기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더 많이 잃었을수록 우리의 정체성은 더 알차진다”고 말한다.

이 강의의 깊이를 더해 주는 것은 행복과 사랑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다. 저자는 행복은 여러 감정들 가운데 하나임을 강조한다. 행복이 계속되다 보면 인성이 무르익는 데 필요한 다른 감성을 빼앗겨 인성에는 오히려 행복이 덜 유용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사랑은 인간을 성장시킨다. 사랑에 실패하거나 연애가 잘 안 풀릴 때 우리는 인생을 총체적으로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저자의 통찰의 새로움은 무엇보다 현실의 사랑을 솔직하게 드러낸 데 있다. 저자의 경험과 주변의 사랑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그려낸 그림은 형체가 분명해 알기 쉽고 이해가 빠르다. 이전의 과장되거나 왜곡된 그림과 달라 보이는 힘은 인정해야 할 것을 인정하기,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식으로 해석해 봄 직하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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