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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 붕괴 무대...박경리문학상 수상작
<소네치카>(비채.2012)는 국내에 초역으로 소개되는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작품집이다. 서구에서는 이미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널리 알려졌다. 작품은 전세계 다양한 언어들로 번역 출간됐다. 이 작품집에 수록된 세 편은 작가의 작품 전반에서 다뤄지는 여성과 가족 관계를 밀도 있게 그렸다.

특히 표제작<소네치카>는 작가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책은 책벌레 주인공 소네치카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네치카는 별 볼 일 없는 외모의 소유자로 도서관에서 일했다. 그러던 중 한 중년 남성을 만나게 됐다. 그는 프랑스에서 유명한 예술가로 이름을 날린 로베르트라는 유대인 화가다.

소네치카가 로베르트를 만날 당시 그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고국 러시아로 귀국한 후 수형 생활을 마치고 보호관찰을 받는 중이었다. 이들은 이후 함께 많은 일들을 겪으며 인생의 동반자가 됐다. 세계대전을 겪고 가난한 생활을 하지만 단란하게 딸을 키운다.

소설의 긴장감은 딸 타냐의 친구 야샤가 등장하면서부터 고조된다. 작은 체구의 야샤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인생에서 홀로 살아남은 여자아이다. 수많은 보호자들과 거래를 통해 생을 이어가지만 삶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가진 캐릭터다. 그런 야샤를 딸 타냐가 소네치카의 집으로 초대했다.

야샤의 불운한 성장기를 알게 된 소네치카는 야사를 집에 머물도록 하지만 결국 야사는 노쇠한 로베르트의 젊은 연인이 되고 말았다. 이에 소네치카는 절망하고 괴로워했다. 하지만 야사는 로베르트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되고, 소네치카는 마침내 야사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가족 관계가 형성 됐다.

이런 기이한 운명은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소네치카’의 형상 바탕에는 동명의 여주인공의 의미가 자리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의 소냐(‘소냐’와 ‘소네치카’는 소피아의 애칭)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전통적 러시아 문학의 여주인공으로 ‘지혜의 화신’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주인공 소네치카는 소비에트 체제가 붕괴된 90년대의 문제를 용서와 화해라는 코드로 승화시키는 대표적 인물이다. 순종의 자세로 고난과 역경을 헤치는 소네치카의 모습은 이중적인 윤리적 모습으로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러한 주인공의 모습은 선하고 온순한 자비로운 태도를 보이지만 이 때문에 사회적인 금기를 다루는 페미니즘적 요소의 느낌을 준다. 이에 반해 작품을 관통하고 있는 개인과 역사라는 관계를 염두에 둔다면, 작품 속 인물들이 소비에트 시대를 살아가는 어려움과 애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보통사람들을 대변한다. 독자들은 이들을 통해 사랑과 배신 그리고 절망과 환희를 체험하면서 삶의 근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할 수 있는 계기를 얻을 것이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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