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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 박상근> 경제민주화의 과제, 동반성장과 복지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 같은 거대 담론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동반성장하고 공정경쟁하는 방향으로 기업 생태계를 바로잡는 게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대기업을 키워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 개인의 소득과 일자리도 함께 늘어나 민생이 좋아진다는 ‘낙수효과(Spill-over)’에 근거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성장의 과실이 특정 계층에 편중돼 양극화가 심해졌다. 반듯한 일자리는 줄었고 가계부채만 늘어났다. 고물가, 치솟는 전월세, 사교육비는 중산서민층을 더욱 어렵게 한다.

반면에 2001년부터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5대 재벌그룹의 계열사 수는 233곳에서 131곳이 늘어난 364곳에 달했다. 단순히 계열사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자산총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1년 232조원에서 2010년 622조원으로 10년 만에 무려 2.6배(390조원) 증가했다. 5대 재벌이 소유한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53.1%에 이를 정도다. 재벌의 ‘승자 독식’과 ‘경제력 집중’이 위험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의 ‘기업 생태계’는 사자와 양, 사슴이 한 우리에 갇혀 있는 동물원에 비유된다. 일정 산업 분야에서 재벌기업과 중소기업이 무한 경쟁하도록 내버려두면 재벌기업이 성장 과실을 독식하게 된다. 대기업의 협력업체, 재벌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점ㆍ편의점ㆍ대형마트ㆍ프랜차이즈는 재벌이 서민과 중소기업의 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 오래다.

경제민주화의 첫 번째 과제는 ‘동반성장’이다. 대ㆍ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해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양극화가 완화된다.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 같은 거대 담론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동반성장하고 공정경쟁’하는 방향으로 기업 생태계를 바로잡는 게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이다. 동반성장의 모범 사례를 들어보자. 원료조달이 중요한 식음료 제조 기업인 스위스의 네슬레는 54만명의 농부와 원자재를 직거래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소득을 꾸준히 증대시켜 왔다. 네슬레는 10년이 넘는 기간에 10만명의 농부에게 기술 지도를 해왔고 앞으로 10년 동안 추가 13만명에게 기술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술교육과 저리 금융지원을 받은 농가는 농작물의 품질을 개선해 더 높은 소득을 올리고, 네슬레 역시 농가로부터 품질 높은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반성장을 기업의 자율에만 맡겨둬선 안 된다. 국회와 정부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협력업체와 불공정계약, 기술 탈취, 일감 몰아주기, 내부거래 등 경제권력을 이용한 독과점과 특권,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법과 제도를 꾸준히 정비해나가야 한다.

경제민주화의 두 번째 과제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약자에 대한 ‘복지 확대’다. 이는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7.5%(2009년)로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20.6%)의 3분의 1 수준이다. 조세부담률이 낮고 고소득자의 탈세가 만연한 현실을 감안할 때, 복지재원은 재벌을 비롯한 부자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충당하는 게 맞다. 특히 경제권력을 이용한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배임ㆍ횡령 등 탈법과 불법을 동원한 경영권 승계에 대해 세금을 철저히 부과하고 탈세와 배임ㆍ횡령죄를 적용, 형사범으로 처벌해야 한다.

복지는 재정을 감안해 급한 것부터 먼저 도입하고 소득 수준을 따져 그 대상을 제한하는 ‘선별적 복지’로 가야 재정건전성을 해치거나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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