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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홍길용> 대선 후보 3인, 이게 문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발끈해’서 문제…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큰 통’의 함정이 문제…안철수 무소속 후보는‘껍데기 화법’이 문제…일단 되고 보자는 식은 결코 새 정치도 개혁도 아니다


한 달 뒤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지난 4월 총선과 결과가 같을지 다를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차이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은 ‘잘 하는’ 게 중요하지만, 대통령은 ‘잘 못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어깨에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물론 공약도 중요하다. 그런데 정책 차별화가 어렵다는 이번 대선이다. 전제왕권보다 강한 대한민국 대통령이기에 공약(公約)일지, 공약(空約)일지, 아니면 공약(恐約)일지를 결정할 후보의 인성과 철학이 핵심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발끈해’서 문제다. “병 걸리셨어요” “토 달지 마세요” “한국말 모르세요” 등의 표현은 누가 봐도 발끈해 보인다. 사람이니 그럴 수도 있지만, 냉정을 잃지 않아야 할 나라의 지도자라면 곤란하다. 새누리당이 그렇게 미워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발끈’하고 ‘욱하는’ 게 문제였다. 선거는 좀 발끈해도 이길 수 있지만, 국정에서 발끈했다가는 국민들에게 불통(不通)으로 각인될 수 있다. 가뜩이나 당내에선 ‘독재 리더십’, 당 밖에선 최측근 보좌진에 의한 ‘십상시(十常侍) 정치’ 운운하며 박 후보의 불통을 꼬집고 있다. 집권한다면 더 많은 공격이 있을 게 뻔하다. ‘불통정권 재창출’ 소리 듣기 싫어 당 이름까지 바꾸지 않았는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큰 통(大桶)’의 함정이 문제다. 권력의지가 약하다는 비판을, 당내 취약한 지지기반을 ‘통 크게’ 넘어서려 한 듯하다. 정쟁에서 양보의 ‘통 큰’ 결정은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런데 치명적 이해가 갈리는 외교안보나 경제ㆍ사회 문제에서 타협은 몰라도 양보는 안 된다. 결과에 대한 치밀한 예측과 대비 없이 ‘통 큰’ 것만 내세우다 ‘호구(虎口)’ 꼴 되기 십상이다. 통 크게 나섰다 엉뚱한 결과를 만나 말을 바꿔야 할 처지가 되면 되레 쩨쩨한 인물로 몰릴 수 있다. 대통령이 돼서 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냐”고 할 수도 없다. 통이 큰 것은 자잘한 손해는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인데, 자잘한 것까지 꼼꼼히 챙겨야 하는 게 국정(國政)이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껍데기 화법’이 문제다. 일명 ‘헐~’ 화법인데, ‘헐~’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상대의 논리가 황당할 때 쓰는 시쳇말이다. 안 후보가 출마 이후 새 정치와 개혁을 끊임없이 얘기했지만 무엇이 새 것이고,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지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많다. 후보단일화 협상이 중단됐을 때도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만 해 민주당의 복장(腹臟)을 터지게 했다. 혹시 이미지에 상처가 날까 두려워서 책임질 발언은 하지 않는 건 아닐까?

만약 대통령이 돼서도 “무엇을 해야 할지 여러분이 잘 알고, 잘 할 것으로 믿습니다”라는 식이라면 어떨까. 아마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당선됐다고 지탄받을 것이다. 일단 되고 보자는 식은 결코 새 정치도 개혁도 아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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