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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지펀드 손 들어준 美법원 판결로..“벌처펀드에는 한푼도 못줘” 버텨
[헤럴드 경제=김영화 기자]지난 2001년 외환위기로 국가부도를 맞았던 아르헨티나가 10년여 만에 또다시 ‘기술적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아르헨티나의 채무 구조조정을 거부해온 헤지펀드들이 미국 법정에서 이겨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총 13억 3000만달러(약1조4437억원)를 받아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한푼도 줄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해 최악의 경우 디폴트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미 연방 대법원은 22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의 채무 구조조정에 참여하지 않고, 채권을 지녀온 헤지펀드 등에 모두 13억 3000만달러를 상환하도록 판결했다. 지난 2001년 12월 디폴트를 선언한 아르헨티나는 채무 구조조정에 응한 채권단에 지난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새 채권을 교환해줬으며 그 금액이 총 240억 달러 가량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거부한 엘리엇 등 일부 헤지펀드들은 구 채권을 갖고 전액 지급을 요구해왔다.

법원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오렐리우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 채권단에 상환할 돈을 내달 15일까지 예치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22일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미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2001년 위기 때 헐값에 채권을 사들인 ‘벌처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아르헨티나 정부의 입장이다. 아르헨티나 의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채무 조정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아르헨티나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발끈했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불복으로 법정 공방이 미 대법원까지 이어지면서 양국간 외교 마찰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미 법정에서 과거 채무 조정분에 대한 상환에 제동을 걸어 아르헨티나는 기술적으로 또다시 디폴트에 처할 수도 있다. 세계 은행 출신으로 미 법률회사 아널드 앤드 포터에 다니는 위트니 드부보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채권단이 채무 위기국을 제소하는 선례를 남겨 그리스의 채무 구조조정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의 위기국 구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아르헨티나 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미 국채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더욱 벌어졌고, 국가 부도신용스와프(CDS) 프리미엄도 2400bp를 넘어 지난 2009년 5월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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