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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에 형편 안되지만 그래도 ‘명품’…사건ㆍ사고도 잇따라
[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 보험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서모(30ㆍ여) 씨는 매달 마이너스 통장 대출 이자를 갚고 있지만, 명품 백을 구입하기 위해 최근 몇 몇 친구들과 명품계(契)까지 만들었다.

서 씨는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가방을 들고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어딜가도 무시당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계속 명품을 구매하고 싶어진다”며 “신용카드나 명품계를 이용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우면 불법인 걸 알면서도 짝퉁이라도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은 2006년 이후 매년 12%씩 큰 폭으로 성장해 연간 45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가계 소득에서 명품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로 일본의 4%보다 높다.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져 가계 소비가 위축됐지만 대중의 명품 소유욕은 커진 셈이다.

실제로 ‘명품’과 관련된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지난 9일 인천에서는 20대 남성 A(21) 씨가 “명품 옷이 너무 입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주택가 빌라에 침입해 유명 브랜드 의류 등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에는 새마을금고 여직원 B(28) 씨가 18억원을 횡령해 대부분의 돈을 명품과 외제차 구입 등으로 탕진한 사건도 발생했다. B 씨는 수백만원짜리 명품 가방과 옷을 수시로 구입해 서울 시내 유명 백화점의 VIP 고객으로 대접받았고 호화스로운 삶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사채까지 끌어 쓴 것으로 밝혀졌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황이 지속되고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의 불안감은 커진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심리가 사람에 따라 명품 소비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순간 불안감이 해소되고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갈수록 양극화되는 사회에서 ‘명품’은 계급적 표현의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명품을 소유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가 생긴 결과”라고 해석했다.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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