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이 사람> “강남 · 전라도서도 옷 들고 옵니다”
맞춤옷 재단사서 리폼 디자이너 변신 김성중씨
40년간 노하우로 정성껏 작업
“몸이 허락하는한 계속 일할것”



“제가 만든 옷을 입고 기뻐하는 손님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이게 40년 넘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던 힘이 됐죠.”

18세 때 봉제를 배운 뒤 41년간 옷을 만들어온 김성중(59·사진) 씨. 그는 맞춤옷을 만들던 마지막 세대로 불린다. 기성복이 등장하면서 맞춤옷 재단사는 하나둘씩 현업을 떠났지만, 김 씨는 ‘리폼디자이너’로 변신해 여전히 재봉틀 앞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 광진구에 있는 그의 작업장에는 하루 30명 정도의 손님이 찾아온다. 아기옷을 맡기는 앳된 주부부터 지팡이를 짚고 오는 90세 할머니까지.

“리폼디자이너로 새출발하면서 다른 가게보다 저렴하게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재능을 남과 공유하겠다는 의미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1971년 충남 논산시에서 상경해 사촌형이 운영하는 의상실에서 봉제를 배웠다는 김 씨. 군대를 다녀온 뒤 24세 때 서울 청량리에 자신의 의상실을 열었다. 3년 뒤 충무로로 의상실을 이전했는데 여성 손님이 의상실 앞에 긴 줄을 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30년간 의상실에 청춘을 바쳤다. 이어 2007년 리폼집을 열었다.

“맞춤 옷에 대한 수요가 없어지면서 리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맞춤이나 리폼이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똑같죠. 패턴, 봉제, 디자인, 핸드메이드 등 제가 갖고 있는 모든 재능을 동원해 작품다운 리폼을 하고 싶었죠.”

옷을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드는 그를 인정해준 건 고객이 먼저였다. 지금까지 그가 제작한 옷에 불평을 얘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손님이 한 번 옷을 맡기고 난 뒤 옷장에 있는 헌 옷을 모두 털어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저는 우선 손님의 얘기를 잘 듣고 손님이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면서 머릿속에 디자인을 해요.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울 강남, 전라도 등 지방에서도 직접 헌 옷을 들고 찾아오죠. 2년 전에는 일본에서 50대 일본 여성이 소문을 듣고 찾아온 적도 있어요. 그 여성은 모피를 맡겼는데 리폼을 해서 국제택배로 보내줬습니다.”

내년 환갑을 앞두고 있는 그는 요즘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을 한다. 하루 14시간의 노동,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10분 만에 점심과 저녁을 해결한다.

“하루에 14시간 정도 일해요. 이 일이 좋아요. 일을 즐기니까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었죠.”

그는 특히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직원을 따로 두지 않는다.

“손님은 제가 직접 옷을 손보는 것을 원하지 다른 사람이 손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죠. 앞으로 몸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하는 게 제 꿈입니다.”

민상식 기자/m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