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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 의료사고 후 “엄마들이 죽어간다”…군당국은 ‘나 몰라라’
[헤럴드경제=민상식기자]“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더 죽어나가야 군대 의료시스템이 바뀌는 거죠?”

지난해 4월 육군 훈련소에서 사망한 고(故) 노우빈(당시 21세) 훈련병. 유가족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4월 말 야간 행군을 마친 뒤 고열을 호소했지만 의무병은 일반 해열제 2알만 줬다. 다음날 아침 7시쯤 노 훈련병은 사망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뇌수막염’이었다.

노 훈련병이 사망한 지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가족들은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들을 잃은 뒤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노 훈련병의 모친 공복순(49) 씨는 최근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했고, 우울증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아들이 죽은 게 마치 제가 지은 죄처럼 느껴져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직장(중학교 교사)도 몇 달 전 그만뒀어요. 자꾸 아들 생각이 나서 잠을 전혀 못 자요.”

지난해 2월 육군 훈련소에서는 노 훈련병 사고와 똑같은 의료사고가 있었다. 고 이지훈(가명ㆍ당시 21세) 훈련병은 야간행군 직후 호흡 곤란을 호소했고 군의관은 진통제를 처방했다. 다음날 이 훈련병은 ‘급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숨진 이 훈련병의 모친 김미정(가명ㆍ58) 씨는 환청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에도 아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정신질환 약을 하루 세번 씩 10여 알 이상 먹었지만 병은 갈수록 악화돼 집에 누워서 생활한다.

“온 몸이 맞은 것처럼 아프고 전신 통증이 왔어요. 모든 게 아이가 말하는 소리로 들려 텔레비전도 켜지 못해요. 어두운 게 무서워 불도 끄지 못해요.”

육군 35사단 소속 고 김태양(당시 21세) 상병은 지난해 7월 9일 고열로 신음하다 병명을 파악하지 못한채 12일간 병원만 세 차례 옮겨다니다 뒤늦게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달 30일 숨졌다.

김 상병의 모친 한경심(51) 씨는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다리를 못쓰게 됐다. 우울증 등에 시달려 매일 약을 10여알 정도 먹어야 한다. 김 상병의 친할머니(85)는 큰 충격으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김 상병은 사망 사유가 백혈병이라는 이유로 국가유공자 지정도 받지 못했다.

한 씨는 “죽은 아들의 동생이 곧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이 아이를 어떻게 군대에 보내겠는가”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공 씨는 “아들을 잃은 상처도 크지만 그런 불행을 느낀 가족의 2차 피해에 나몰라라하는 군당국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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