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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 김형곤> 한국 경제는 ‘목구멍이 포도청 경제’ 다
경기 불확실성에 일자리,특히 정규직을 줄이다 보니 구직을 포기한 채 반강제적으로 소규모 창업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본인의 선택과는 무관하다. 이게 바로 ‘목구멍이 포도청 경제’ 아닌가?


아주 가끔씩 들르는 동네 장작구이통닭집의 사장님이 작은 공기업 간부 출신임을 안 것은 얼마 전이었다. 손님이 없기에 인상 좋아 보이는 사장님께 “본래 장사하셨어요?”라고 물은 게 발단이었다. 은퇴 후 큰맘 먹고 통닭집을 차린 지 2년이 지났다는 그는 아직 투자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따라 동네 통닭집이 왜 그리 눈에 많이 띄는지….

아파트 경비원 자리가 여의치 않아 나이 일흔이 넘어 주유원으로 취직한 친척 한 분을 일가 모임에서 만난 적이 있다. 집에 있어 봐야 집사람과 할 얘기는 없는데 눈치만 보이고, 모아둔 건 좀 있지만 고정 수입이 없으니 불안하고, 그렇다고 자식한테 손 내밀 수는 없고,조금이라도 (돈을) 버니 얼마나 좋냐는 것이다. 이젠 하는 일이 있어 주위 눈치 볼 필요도 없다며 노인네를 고용해준 주유소 사장이 얼마나 고맙냐는 말씀도 곁들였다. 흔히 듣던 레퍼토리를 평생 은행원 출신의 그 친지로부터 들을 줄은 몰랐다.

고용지표는 한 나라의 경제상황에 대한 바로미터이자 주식시장을 가늠할 주요 지표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지표를 놓고 정책당국이 갸우뚱한 지 오래다. 이해가 안 가도 ‘너~무’ 안 간다는 것이다. 성장률은 수은주처럼 뚝뚝 떨어지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월 취업자 수는 줄곧 30만~40만명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도,정책적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부에 따르면 성장률 1%포인트당 일자리 창출은 2000년대 초반 10만개 수준에서 2005년을 기점으로 7만개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를 기준으로 정책을 짜왔는데 3%대 성장률로는 지금의 취업자 수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부쩍 높아지고 사회복지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 원인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로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창업 또는 일자리 찾기다. 정부도 여기서 해답을 찾고 있다. 직장에서 은퇴 후 대거 창업에 나서거나 벌이는 적더라도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데 따른 것이다. 공부하느라,혹은 더 나은 직장을 구하느라 일자리 찾기에 소극적인,그래서 고용통계에 잡히지 않는 20~30대 연령층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가게를 내거나 일만 있으면 된다는 중ㆍ고령층이 급속히 늘면서 경기 상황과는 무관하게 취업자 수 증가로 이어진다.

자영업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임대업,도소매업,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 분야에 치중한다. 비정규직,시간제,영세자영업을 가리지 않는다. 본인의 선택과는 무관하다. 기업은 경기 불확실성에 일자리,특히 정규직을 줄이다 보니 구직을 포기한 채 반강제적으로 소규모 창업 등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게 바로 ‘목구멍이 포도청 경제’ 아닌가?

문제는 이 같은 일자리가 질적인 면에서 떨어진다는 데 있다. 고용의 질적 완화가 아닌 양적 완화만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전반적인 경기가 내년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에는 고용지표 자체가 악화돼 정상적인 통계가 나오겠지만 그 전에라도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충분한 진단과 해법찾기를 서둘러야 함은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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