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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가오는 위기, 다시 상생협력 뿐이다
경제전문가에게 물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이냐고. “먹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벌써부터 기업과 가계는 현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투자와 소비 위축 등 실물경제마저 빠르게 침체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 때문인지 내년 경제성장률도 3%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소득 감소와 일자리 불안이 최소한 올해 수준으로 지속된다는 뜻이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자살과 이혼, 청년백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와 같다. 

이럴 때일수록 상생협력의 중요성이 커진다. 위기를 함께 대비하려는 자세, 나를 돌보기에 앞서 남도 보살피려는 태도 같은 것 말이다. 나 살기도 벅찬데 남 돌아볼 형편이 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천민적 사고다. 어려울 때 나보다 더 어려운 남을 돌볼 줄 아는 태도가 요구된다. 하다못해 무재보시(無財布施)란 것도 있지 않은가.

시야를 좁혀 골목으로 들어가보자. 전통시장, 빵집, 슈퍼, 치킨가게로 대표되는 골목상권이 중병이 들었다. 장사가 안돼 자살 등으로 삶을 마치는 사람도 적잖게 나온다.

그동안 수출중심 성장에 주력한 나머지 내수시장이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는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경제위기 극복의 해답은 내수시장에 있는데도 말이다.

5인이하 제조업체를 포함해 350만개가 넘는 소규모 상공업자는 생산의 기층이자 소비의 주체다. 내수시장을 떠받치는 기반인 것이다. 그들이 휴대폰 자동차 가구를 사고, 백화점을 가야 경제는 돌아간다.

소상공인의 생산활동을 보호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한데 골목상권으로 대표되는 소상공인들이 망해나가고 있다. 경제기층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분별없는 확장욕이 불러온 결과다.

더군다나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선진시장의 경제난으로 수출이라는 동력이 점차 약화되는 상황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될 경우 대책이 없게 되는 셈이다.

결국 내수시장 밖에는 달리 눈 돌릴 곳이 없다. 인구는 5000만명 남짓하지만 그나마 우리끼리 서로 기대며 먹고 살 수 있는 시장으로 키워갈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그런데 경제기층이 흔들리면서 양극화 즉, 소득불균형은 심화됐다. 1992년 이후 최근 10년간 상위 20%의 소득은 크게 증가한 반면 하위 20%의 소득은 정체 상태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마이너스란 소리다.

게다가 청년백수와 빈곤한 노년층은 한없이 증가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의 안정성이 누란의 상태에 있다 할 것이다.

사태가 이런데도 내 잇속만 차리면 그만일까. 골목상권을 소상공인 터전으로 남겨두고, 납품물건 제값을 쳐주는 것과 같은 상생협력은 강건너 불구경일까.

이런 관점이 자유주의에 기반한 시장경제 원리에 반하는 것인 줄 안다. 소비자 편익을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적 자유를 지속적으로 누리려면 시장경제란 생태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생태계는 이미 건강성을 잃었다. 회복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현재 별다른 처방이 없이 방치된 상태다.

좁은 골목길에선 서로 한 발씩만 양보해도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기 앞에서 상생협력이 다시 중요해지는 이유다.

조문술 산업부 차장/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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