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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실5단지의 빛과 그림자
[헤럴드경제=윤현종 기자]4일 한강변을 따라 대단위 아파트촌을 형성한 잠실. 이곳엔 은행 대출로 집을 샀다가 부동산 불황에 발목이 잡혀 오도가도 못하는 이른바 하우스푸어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심지어 일부 아파트 단지는 전체 입주민의 20~30%가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래도 잠실은 돈들고 찾아오는 젊은 부자들이 끊이질 않는 강남부촌 가운데 하나다. 잠실서도 특히 젊은 부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 있다. 바로 부동산 전문가들이 너나없이 재건축 수혜 대상 1순위로 꼽는 잠실주공 5단지다. 잠실주공 5단지의 빛과 그림자를 들여다봤다.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보세요. 빚이 도대체 얼마야~”=잠실5단지내 상가에서 영업중인 A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았다. A공인중개사사무실에서 김인종(가명) 대표와 잠실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간이 10여분쯤 지났을까 김 대표는 어느 입주민의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주섬주섬 꺼내보이며 혀를 끌끌 찼다.


등기부등본의 ‘갑구’에는 여러차례 가압류 흔적과 경매기록이 가득했다. 소유권 이외의 권리를 나타내는 ‘을구’에도 근저당권 설정이 여러 번 됐다가 말소된 기록으로 등기부등본을 지저분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근저당 설정은 고작 2건. 채권최고액은 총 10억3000만 원이 넘었다. 이 물건을 담보로 받은 대출이 이만큼 된다는 뜻이다.

김대표는 최근들어 잠실5단지 거래는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전용면적(77㎡)짜리 아파트 시세는 8억8000만∼8억9000만원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잠실 살면 다들 부자인 줄 알지만 이곳 5단지도 하우스푸어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대출로 아파트를 사서 들어왔다가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구가 총 3930 가구중 최소 30%에 달할 것”이라고 살짝 귀틈했다.

▶거주와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 찾는 젊은부자 러시=최근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한 서울시는 ‘최고 층수 50층, 용적률 280%’를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최고 70층, 용적률 350%’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추진위회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잠실주공5단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하게 된다. 잠실주공 5단지가 주목받는 이유다.

부동산 경기가 불황인 요즘도 가격만 적당하면 사겠다는 돈많은 젊은 부자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잠실 중앙상가 1층엔 10여개의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줄지어 늘어섰다. 공인중개사무실마다 직원들이 전화상담을 받느라 분주했다. 매물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중개업소를 찾은 사람들도 간간히 목격됐다. 


김은정(가명ㆍ여)태양부동산 대표도 “잠실5단지엔 거주와 투자를 동시에 고려하는 채무 없는 젊은 부자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값이 바닥을 친 지금이야말로 부유층들에겐 매수기회”라며 “잠실 5단지는 재건축 이슈도 있는 만큼 투자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영업중인 B공인중개사무소 진선희(가명ㆍ여) 대표도 재건축 호재를 보고 투자용으로 매물을 의뢰하는 손님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취득세 감면을 골자로 한 9ㆍ10 대책 이후 9월에는 매매거래가 10건, 10월에는 13 건 있었다. 추격 매수세가 없어 11월엔 대여섯 건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예비 수요는 있다”며 “최근 전용면적 77㎡의 경우 시세가 2000만원가량 오르는 등 분명 바닥은 친 것 같다”고 말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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