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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빵전쟁의 ‘불편한 진실’
“빵굼터대표 김서중 제과협회장
자기사업 보호하려 여론호도”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 비난

“파리바게뜨측, 점주-협회 이간질
상생자금 52억도 오해살까 거부”
金회장 “회원 탈퇴하고 싶다면 하라”


빵집들이 전쟁 중이다. 동네빵집을 대변하는 대한제과협회와 대기업 빵집 프랜차이즈가 당사자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네빵집 보호를 위해 대기업 빵집 숫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을 때가 되자 격하게 맞붙고 있다. 그러나 전쟁 양상이 애매하게 흐르고 있다. ‘다윗(협회)’과 ‘골리앗(대기업)’의 대결이 아닌, 유력 빵집 프랜차이즈 간 세(勢)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빵터지는’ 빵집 전쟁의 진실은 뭘까.

실마리는 ‘협회 탈퇴 검토’ 카드를 꺼낸 대기업 빵집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96명에게서 일단 찾을 수 있다. 협회라는 ‘한 지붕’ 아래 같이 살던 이들은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회장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강성모 파리바게뜨 봉화산점 대표는 7일 본지와 통화에서 “김서중 회장은 프랜차이즈 빵집인 ‘빵굼터’ 대표이면서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이익을 모른 척하고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협회 가입회원 수는 대략 4000~5000명 선으로, 이 가운데 빵집 프랜차이즈 운영자가 1500명가량이다. 그런데도 김서중 회장은 동네빵집 몰락의 원인으로 빵집 프랜차이즈를 꼽아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

김 회장의 이런 움직임의 배경엔 자신의 사업체 ‘빵굼터’를 보호하려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빵굼터’는 점포 수가 300여개에 달했으나 최근엔 100개 정도로 급감했기 때문에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타깃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걸로 보인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최근 ‘빵굼터’ 업주를 설득해 파리바게뜨로 간판을 바꿔달게 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기에 김서중 회장이 감정적으로 나서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업계는 또 김 회장이 협회 발전기금 명목으로 52억원을 요구한 것도 곱게 보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지난달 16일 협회와 파리바게뜨 간 상생방안에 잠정합의를 했는데, 갑자기 나흘 뒤 김 회장이 상생자금 52억원을 요구했고 이게 관철되지 않으니 같은 달 22일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들은 이런저런 정황상 김서중 회장이 독단적으로 협회를 끌고 가고 있다고 보는 셈이다. 파리바게뜨의 3150개 가맹점주들은 조만간 총회를 열고 협회 탈퇴를 논의할 예정이다.

김 회장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프랜차이즈 본사(파리바게뜨)가 가맹점주들과 협회를 이간질하고 있다”며 “가맹점주들 중에서도 장사가 잘 안 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협회 입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맹점 가운데 주인이 계속 바뀌는 경우도 많고 동네빵집을 하다 파리바게뜨에 가맹한 점주 중 이익이 더 안 남아 다시 탈퇴하겠다는 사람도 있다”면서 “결국 가맹점이나 우리나 다 피해자이고 프랜차이즈 본사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생자금 52억원 요구 사실과 관련해 “중간에 얘기가 나왔다가 회원들이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우려해서 우리가 먼저 안 받겠다고 접었다”고 해명했다. ‘빵굼터’도 프랜차이즈라는 지적에 대해선 “파리바게뜨는 본사에서 압력을 가해 동네빵집을 파리바게뜨로 바꾸는 반면, 빵굼터는 단 한번도 가맹점에 압력을 가하거나 주변 동네빵집에 피해를 준 적이 없다”고 맞섰다. 그는 일부 회원의 탈퇴 입장과 관련해서도 “탈퇴하고 싶다면 다 하게 할 것”이라며 “나머지 회원들도 탈퇴시켜 버리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홍성원ㆍ김현경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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