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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차사기 왜 끊이지 않나 했더니…‘성능ㆍ상태점검기록부’ 부실
중고차딜러들, 기록부 발행 자동차진단보증협회ㆍ지정정비업소 등 상대 집단소송 움직임



[헤럴드경제=조문술 기자]중고차 관련 사기피해가 매년 늘고 있는 가운데 부실한 ‘중고차 성능ㆍ상태 점검기록부’가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중고차의 사고여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기록부에 사고내역이 표시돼 있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다.

7일 중고차업계에 따르면, 중고차량 검사를 마치고 작성된 성능ㆍ상태점검기록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다.

기록부상에는 멀쩡한 것으로 나타난 차량이 새로운 사고ㆍ수리사실이 종종 발견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중고차를 판매한 딜러와 구매자간 시비도 적지 않다. 

중고차 거래의 기본이 되는 이 기록부에는 원동기ㆍ변속기ㆍ조향장치ㆍ제동장치 등 부위별로 사고 유무와 상태가 나타나 있다. 사고부위는 X(교환), W(판금) 여부가 표시돼 있다. 중고차의 호적부인 셈이다.

중고차딜러는 중고차를 개인이든 법인이든 일단 경매나 공매로 차를 구입한다. 이 차량을 판매하려면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지정정비업소,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가 인정한 성능시험장에서 점검을 받고 성능ㆍ상태 점검기록부를 발급받게 된다. 

같은 중고차량(QM5 2008년 2월식)에 대한 서로 다른 성능ㆍ상태 점검기록부 사례. 2012년 5월 25일 발급받은 기록부A에는 부위별 상태가 모두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있고, 사고에 의한 판금이나 교환도 후드ㆍ프론트펜더ㆍ라디에이터서포트ㆍ인사이드패널만 나타나 있다. 반면 2012년 11월 13일 발행한 기록부B 부위별 상태에서 2군데 미세누유가 발견됐고, 크로스멤버ㆍ사이드멤버 교환사실도 추가로 드러나 있다.

이 기록부를 바탕으로 딜러는 가격을 정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소비자도 기록부 상의 내용을 믿고 차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그런데 성능에 문제가 있는 중고차가 점검 결과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거나, 사고유무도 파악되지 않은 채 기록부가 발급되고 있다.

경기도 부천 오토맥스의 중고차딜러 정모 씨는 지난달 차량을 사 간 고객으로부터 사기범으로 몰려 고소를 당했다. 정 씨는 10월 4일 인천 주안단지 성능시험장에서 중고차 QM5를 점검받아 좌우 펜더, 보닛, 라디에이터, 운전석 인사이드패널이 사고가 있었다는 확인을 받고 소비자에게 그 사실을 알린 뒤 차를 판매했다.

구매자는 그 뒤 한달도 안 돼 차량를 되팔려고 경매장에 내놓았는데 기존 사고 외에도 사이드멤버, 크로스멤버, 조수석 인사이드멤버에 사고가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즉, 다른 성능시험장에서는 새로운 사고사실을 발견해낸 것이다.

분노한 구매자는 정 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정 씨는 “전 차주에게서 추가 사고사실을 확인하고, 첫 성능ㆍ상태 점검기록부 작성자에게 항의했으나 책임회피만 하고 있다”며 “이런 일을 올해만 2번째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 씨 등 부실한 성능ㆍ상태 점검기록부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일부 중고차딜러들은 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 씨는 이어 “대부분의 딜러들이 경험하는 일이지만, 꼼짝없이 딜러만 사기꾼으로 몰려 고소를 당하고 있다. 같은 매매단지 내에도 이런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진단보증협회 등은 부실 기록부와 관련, “아직 정황 파악이 되지 않아 정확한 답변을 할 수가 없다. 내용을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중고차시장이 신차보다 2.2배나 커지는 상황에서 신속한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이를 방치했다간 자칫 중고차시장 전체가 신뢰위기에 빠질 수 있다. 심지어 폐기돼야 할 전손ㆍ침수차량이 문제가 없는 차량으로 둔갑돼 판매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성능ㆍ상태를 점검하는 업체에 대한 정기적 실태조사와 함께 자격박탈 등 강력한 조치가 절실하다. 국토해양부가 의지를 갖고 지정정비업소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에 대해서는 “중고차 구입시 의무보증을 해주는 사업자를 통해서 하고, 발급자 서명이 있는 성능ㆍ상태 점검기록부 사본을 발급받아두라”고 덧붙였다.

소비자원 측도 “온라인을 통한 중고차 구입시 지나치게 싼 차는 의심을 해봐야 한다. 차를 직접 몰아보는 등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계약 때 성능보증기간(30일 이상 또는 2000㎞ 이상)을 약정하라”고 밝혔다.

/freiheit@heraldcorp.com



▶중고차 관련 지표

-중고차 거래대수 326만대

-시장규모 25조∼30조원(추정)

-소비자 피해구제 요청건수 510건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발급기관=한국자동차진단보증협회,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지정정비업소, 교통안전공단 검사소(실제 업무는 하지 않음)

*자료=국토해양부(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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