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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10구단’ 깃발 어디서 펄럭일까
KBO, 2015년 10구단체제 승인
내년 3월 사업자 확정 초미의 관심

KT는 수원에 부영은 전북에 신청
접근성·지역 안배 등 놓고 신경전



한국 프로야구가 바야흐로 ‘신 르네상스시대’를 맞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11일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10구단 창단을 승인함에 따라 프로야구는 2013년 9구단 체제로 첫발을 내딛고 2015년 마침내 10구단 시대를 활짝 열게 됐다.

팬들의 관심은 벌써 10구단 주인공에 쏠려있다. 후보는 이미 정해졌다. KT와 부영이 각각 수원시, 전라북도(전주·군산·익산·완주)와 손을 잡고 10구단 사업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KBO는 전문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3월 사업자와 연고지를 최종 확정한다. 수원과 전북은 10구단 당위성을 내세우며 벌써부터 발빠른 유치전에 나섰다.

▶접근성·흥행성 vs 지역안배론=KT의 희망연고지 수원은 접근성과 흥행성에서 전북을 앞선다. 통신 기업인 KT는 SK(인천)·LG(서울)와 흥미로운 라이벌 구도가 기대된다. 통신 라이벌사의 대결을 ‘지하철 시리즈’로 치를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흥행 요인이다. 기존 팬들을 야구장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생팀은 연고팬을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 시간을 앞당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원정팬들의 수요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창단한 히어로즈는 창단 초기만 해도 홈팬보다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롯데·KIA 팬들이 만든 수익이 훨씬 컸다. 하지만 결코 손해가 되는 시간만은 아니었다. 원정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명나는 운동장 분위기는 홈 관중 증가로 이어졌다. 수원은 전통적인 인기 구단들의 팬들이 수도권에 많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부영의 희망연고지 전북이 내세우는 명분은 지역안배론이다. 10구단이 수원에 둥지를 틀 경우 수도권에만 5개팀이 몰리게 된다. 특히 본격적으로 10구단 문제가 논의될 2013년은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첫해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지역 화합과 균형적 발전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 입장에서 봤을 때 10구단 의미는 단순한 신생 야구팀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전주는 매우 적합한 입지가 아닐 수 없다. 또 ‘역전의 명수’인 군산상고를 품고 있는 전통의 야구 고장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1차 지명을 할 수 있는 지역 유망주를 꾸준하게 배출하고 있다는 점도 전북의 장점이다.

▶라이벌들의 견제 vs 스몰마켓=두 지역은 그러나 양날의 검을 쥐고 있다. 수원은 기존 구단들에게 썩 내키지 않는 후보지다. 우선 SK로서는 KT가 프로야구에 진입하는 것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이겨도 본전’인 신생구단이 라이벌이 된다는 건 이래저래 골치아픈 일이다. 수원이 프로야구의 터줏대감 격인 삼성의 모태가 된 지역이라는 점도 유리할 것 없는 조건이다. 수원은 또 ‘축구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수원이 10구단 유치를 위해 25년간 운동장 무상 임대 등의 조건을 내걸자 즉각 축구와 형평성 문제를 들어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전주는 이미 한차례 프로야구단 운영에 실패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지역 안배를 위해선 좋은 조건이지만 자생의 힘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전주를 연고로 했던 쌍방울 레이더스는 지역 주민들의 외면 속에 외롭게 공중분해되는 아픔을 겪었다. 비록 한국야구의 암흑기였던 1990년대 말과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지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실패를 반전시킬 확실한 카드를 쥐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게다가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팀이 원정팬 유치가 쉬운 반면 전주는 이런 장점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KIA의 연고지 광주의 열기에 기대볼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관중수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9구단 NC다이노스가 창원에 둥지를 틀 수 있었던 데는 부산이라는 최고의 야구도시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음을 잊어선 안된다.

조범자 기자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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