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대세론→위기론→패배→환호... 천당과 지옥의 6개월
[헤럴드경제=최정호ㆍ손미정 기자]천당에서 지옥으로, 지옥에서 천당으로.

박근혜 당선자의 지난 6개월 간 지지율 변화는 때로는 크게 웃고, 때로는 당혹감과 위기감에 충격 받았던 이번 대선전을 그대로 보여준다. 개표함의 뚜껑이 열린 마지막 순간까지 안심할 수 없었던 초박빙 대결 구도에서 박 당선자와 새누리당은 쉼 없이 오르내렸던 1% 지지율 변화에 끝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안철수 태풍으로 휘청거린 6개월 =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박 후보는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크게 두 차례의 지지율 상승과 하락을 겪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직전 불거진 5ㆍ16 발언 논란과 공천헌금 파문,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대한 기대에 40%를 넘나들던 지지율은 어느새 35%까지 (8월3일) 내려갔다.

박 후보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 것은 하락 요인을 정면돌파 한 뒤였다. 과거사에 대한 전향적인 언급이 나온 직후, 박 후보의 지지율은 경선 컨벤션효과와 맞물리며 다시 43%(8월23일)까지 치고 올랐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25%)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10%)의 지지율을 더한 것보다 높은 숫자였다.

하지만 지지율 고공행진의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다시 위기는 찾아왔다. 8월 말 터진 안 후보 불출마 종용 파문, 그리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나온 인혁당 관련 발언 파문이 겹치며 박 후보의 지지율은 다시 35%(10월18일)까지 내려왔다.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캠프 수장을 바꾸는 등 특단의 조치를 연이어 내렸지만, 40%대 지지율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박 후보의 마지막 반등은 역으로 상대 후보들의 자중지란에서 나왔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지리한 신경전을 거듭하는 사이, 박 후보의 지지율은 45%(11월30일)를 기록하면서, 결국 최후의 웃는 자가 될 수 있었다.

▶여론조사 블랙아웃에 ‘설마’가 ‘위기로’ =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됐던 지난 6일의 시간은 박근혜 당선자, 그리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모두에게 지옥보다도 더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이 시간 내내 계속됐던 양측의 “역전은 없다” “골든크로스가 일어났다”는 식의 허세 경쟁은, 유권자 만큼이나 답답했던 두 후보 진영의 속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깜깜이 기간의 짙은 안개는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이튿 날부터 조짐이 보였다. 2주 전 공식선거운동 시작 까지만 하더라도 박 당선자가 비교적 여유있는 우위를 이어갔지만, 막판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지원유세 가세에 문 후보가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탄 것이다. 결국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안으로 접어들면서 공표 금지 기간인 ‘블랙 아웃’에 접어들었다.

한국갤럽의 14일 여론조사는 박근혜 46%, 문재인 43%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였다. 15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 48%, 문재인 47.5%’로 그 격차가 더욱 좁혀졌다.

‘골든 크로스’, 즉 줄곳 앞서던 박 당선자가 문 후보에게 추월당하는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 부터다. 17일 실시된 방송 3사 공동 사전 조사에서 박 후보는 44.6%로 46%의 문 후보에게 추월당했다. 다음 날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다시 박 후보가 47%로 문 후보를 2%포인트 앞섰다.

이 때부터 박 당선자측 분위기도 급반전했다. ‘블랙아웃’ 이전까지만 해도 자신감을 내비치던 캠프 일각에서도 위기감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굳혔다”며 애써 태연했지만 “혹시나 역전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과 함께 1주일여 사이에 급반전된 원인을 분석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양 진영의 “굳혔다”, “뒤집었다” 싸움도 더욱 거세졌다. 박 당선자 측은 ‘될 사람에게 표가 쏠리는’ 밴드웨건효과(band wagon effect)를 노리며 대세에 이상 없다고, 문 후보측은 역전의 기대감을 살려 ‘약자가 강자를 이겨주기를 희망하는’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를 겨냥한 신경전을 펼쳤다. 여의도연구소 조사를 빙자한 거짓 여론조사 결과들이 인터넷과 유권자들의 입을 오간 것도 이때다.

▶"어쩌다가"→"졌다"→"기자단 철수"→반전 = 결과를 알 수 없는 초박빙 상황이 투표 당일까지도 계속되자 새누리당은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채 투개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투표율이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팽팽한 세대결을 펼친 2002년 16대 대선 때의 결과를 상회하는 투표율을 보이자 일각에서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일부 선대위 관계자들이 “투표율이 높다고 우리한테 불리한 게 결코 아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보였지만 방송3사가 박근혜 당선인의 1.2P차 승리 예측을 내놓기 전까지도 ‘만약을 생각해야 한다’는 위기론이 적잖았다.

더불어 오후 3시 이후 일부 언론사들의 ‘문재인 후보 승리’를 예측하는 출구ㆍ예측 중간조사들이 언론과 선대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확산되자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당에 머물던 선대위 관계자들도 말을 아낀채 묵묵히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분위기는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박 후보의 우세’로 나오면서 급반전했다. 출구조사가 보도되기에 앞서 ‘박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직됐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어졌다. 선대위 관계자들은 서로 “애쓰셨다”, “축하한다”며 서로 격려를 건넸다. 동시에 발표된 YTN의 예측조사 결과가 문 후보의 승리를 점쳤지만 승리에 대한 기대감은 확연히 높아진 분위기였다. 출구조사가 보도된 직후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은 “방송3사의 예측조사가 더 정확하다”며 밝은 표정으로 당사 기자실로 들어섰다.

하지만 오차범위 내 접전 상황인 만큼 개표 이후에도 섣불리 결과를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황우여 대표 역시 “아직은 이르다”며 예단을 경계했다.

이후 오후 9시 40분께, 한 방송사에서 ‘박 후보 당선 유력’ 소식을 보도하자 그제서야 당에서는 점차 승리를 확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택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박근혜 당선자 역시 당선이 확실시 되자 밤 11시께 여의도 당사에 도착해 선대위 관계자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박 당선자는 짧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 선대위 여러분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참 힘들었고 어려운 선거였는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인사를 전했다. 

balm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