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맨체스터 주변에는 나무껍질과 비슷한 반점을 지닌 자작나무나방이 99.99％를 차지했다. 반면 어두운 색 날개를 지닌 자작나무나방은 0.01％에 불과했다. 하지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1948년 맨체스터 주변 산업지역에서 처음으로 어둡게 변색한 자작나무나방이 다수 관찰되고 오히려 밝은 색 반점이 있는 자작나무나방은 소수에 불과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맨체스터에서 강력한 산업화가 진행되자 대기오염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작나무는 축적된 매연 때문에 검게 변색됐고 나무 줄기의 밝은 색 이끼들은 죽어버렸다. 그 결과 밝은 색 나방은 포식자의 과녁이 됐고, 그때까지 심각한 단점을 지녔던 어두운 색 날개를 지닌 나방들이 위장효과로 득세하게 된 것이다.

마르쿠스 헹스트슐레거 빈 의대 의료유전학연구소 소장은 “우연이 미래를 더 잘 대비하게 만든다”며 성공의 열쇠는 개성이라고 말한다.

‘개성의 힘’(권세훈 옮김/열린책들)에서 그가 말하는 ‘개성’은 단지 창의적 발상의 차원이 아니다. 종의 생존문제다. 그는 가장 안전해 보이는 평균이 성공을 가로막는 최대 위험요소라고 지적한다.

헹스트슐레거는 부모들이 흔히 “우리 아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걸 우려한다. 그는 “평균은 무의미하고 위험하다” “특별한 능력 조건들 자체는 성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며 다른 것이 더 낫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헹스트슐레거는 유전학과 생물학, 의학을 넘나들며 다름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는 경쟁력을 갖는지 보여준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는 미래가 결정한다. 미래는 우리가 과거에는 언젠가 제기되리라고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문제를 손에 들고 갑자기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본문 중)

그가 즐겨 제시하는 히드라의 예를 보자. 웅덩이에 히드라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이 히드라는 혼자서 사는 것이 너무 심심한 나머지 홀로 번식하기로 한다. 배우자는 필요없다. 히드라는 무성생식을 하기 때문이다. 이 작은 동물의 몸에 붙어있던 작은 포자들은 새로운 동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엄마 히드라와 완전 동일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웅덩이 수온이 급격히 올라간다. 히드라는 이제껏 알지 못했던 미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고 죽고 만다. 무성생식은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종의 파국을 초래하게 된다. 이는 어떤 모습으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답은 다양성임을 보여준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부모들이 아이를 아무 문제 없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다. 인류의 믿을 만한 최대 자본은 인적 자본의 개성인데, 이를 말살시키고 있다는 우려다. 그는 “최고 수준의 개성을 추구하면 규범으로부터의 일탈에 대해 더 이상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일탈이 규범이 되기 때문이다. 다르다는 것이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되고 규범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평균을 지향한다. 개성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선뜻 그래라 라며 환영하진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평균의 편에 선다. 그러나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유전자는 연필과 종이일 뿐, 역사는 우리 자신이 쓴다. (…)규범은 우리 모두의 목적이 거기서 벗어나는 데 있는 한 결국 낡은 것이 되고 만다. 우리에게는 사회적 상식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필요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