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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의 씁쓸한 폐지 통보… ‘자막 한 줄’ 이면 충분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렇다 할 ‘마지막 인사’는 없었다. 모두가 축제 속에 휩싸여 있던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당일, MBC에서는 예고했던 대로 두 편의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곁을 떠났다. 방송사의 장수예능 ‘놀러와’와 월화시트콤 ‘엄마가 뭐길래’가 그 비운의 주인공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 MBC의 공감토크쇼 ‘놀러와’가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2004년 5월 첫 방송된 이후 지난 8년간 시청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놀러와’의 마지막은 씁쓸했다. 자막 한 줄이면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날 방송된 ‘놀러와’에서는 예정된 분량이 모두 전파를 탄 뒤 “지난 8년간 ‘놀러와’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라는 자막 한 줄로 시청자들과 이별했다. 폐지 결정 이후 추가 녹화분이 없었기에 긴 시간 함께 해왔던 두 MC 유재석 김원희는 미처 마지막 인사를 할 틈도 없었던 것이다.

일방적인 이별통보는 ‘놀러와’가 일군 그간의 역사를 더듬는다면 시청자들에겐 여간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성적표(24일 방송분 4.9%ㆍAGB닐슨 집계 전국기준)’가 위기라는 이유로 폐지가 결정됐지만, ‘놀러와’는 그동안 쟁쟁한 상대 프로그램들과 경쟁을 벌이는 동안 월요일 안방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장수 예능이었다. 시청률 1위 자리를 고수했던 경험도 적지 않다.


오랜 시간 시청자와 만났기에 프로그램의 성격도 때마다 바뀌었고, 타예능프로그램들이 인기 스타에 주목할 때 ‘놀러와’는 ‘세시봉’ 등 잊혀진 감성을 찾거나 특별한 주제와 스토리를 가진 인물군을 섭외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때문에 그 역사를 지켜봤던 시청자들이라면 ‘놀러와’의 자막 한 줄 폐지 소식은 다분히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는 상황이다.

자막 한 줄로 폐지를 알린 프로그램은 또 있었다. 25일 방송된 월화시트콤 ‘엄마가 뭐길래’다.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와의 만남이 짧았다. 지난 10월 첫방송돼 2013년 초까지 100회 분량을 기획했지만, 저조한 시청률은 어김없이 발목을 잡았다. ‘엄마가 뭐길래’의 경우 잦은 결방으로 안정적인 시청자 층을 놓쳤고, ‘뉴스데스크’가 8시로 시간대를 옮기며 그나마 쌓아뒀던 숫자마저 빼앗기게 됐다. 5~6%대의 시청률이었다. MBC는 ‘엄마가 뭐길래’의 폐지를 결정하며 심지어 마지막 녹화일까지도 출연 배우와 스태프에겐 이 소식조차 알리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차별적인 일방적인 폐지 통보였던 셈이다.

‘엄마가 뭐길래’의 마지막 인사 역시 “지금까지 ‘엄마가 뭐길래’를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란 자막 한 줄이 전부였다.

시청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불만과 원성을 한꺼번에 쏟아내기 시작했다. ‘놀러와’와 ‘엄마가 뭐길래’ 게시판에는 각각 “장수 예능까지 저버리는 MBC, 폐지를 알리는 것조차 자막 한 줄이 고작이라니”라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방송도 시청자와의 약속 아니었다. 저조한 시청률에도 재밌게 즐겨보는 시청자들이 있었는데, 한창 진행 중인 시트콤을 두 달만에 종영시켜버리다니”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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