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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트위터 유머멘트에 빵 터지고…고양시 페북 고양이 캐릭터 · 민속촌 속촌아씨 친근함에 또 빵터져…공공기관 말랑말랑한 SNS 네티즌에 인기몰이
권위의 상징인 공공기관의 소통 창구가 재미와 유머로 넘쳐나고 있다. 검찰청과 경찰서, 언론 등의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을 들여다보면 재치있는 입담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딱딱하게만 여겨졌던 공공기관이 알찬 정보 사이사이로 말랑한 농담을 던지면서 국민과의 심적 거리를 좁히고 있는 것이다. 몇몇 공공기관의 SNS 계정은 팬클럽까지 생길 정도다.

지난 19일 열린 대선 개표방송에서도 이 같은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선거방송 특유의 진중함과 무게를 벗어던지고 유머와 재미를 강조한 애니매이션 프로그램은 개표 내내 모든 이들을 즐겁게 했다.

▶권위의 철옹성 무너뜨린 공공기관, 친근한 SNS 인기=기존의 권위적인 영역에서 유머를 곁들인 소통 방식을 시도하는 예는 SNS에서 특히 많다. 국민들에게 냉혹한 권력기관으로 비춰졌던 대검찰청은 ‘트위터 세계’에서는 인기인이다. “거 쇠똥 위에 개똥 눈 겐데 아주 며, 며, 명약이유. 이런거 믿는 사람도 있으니 ‘화랑의 후예’ 황진사가 배를 안 곯겠죠. 맹물에 기를 집어 넣어 효능이 좋다며 7명에게 8000만원을 편취한 사람이 제주지검에 구속됐습니다”같은 유머러스한 글에 네티즌들은 ‘신기하고 재밌다’는 반응이다. 


검찰청 못지않은 ‘트위터 스타’는 한국민속촌 트위터 계정이다. 매번 “기체후일향만강 하셨사옵니까”로 시작하는 민속촌 트위터는 ‘속촌 아씨’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일부 네티즌은 검찰청과 민속촌 트위터를 의인화해 둘의 로맨스를 다룬 웹툰과 소설, 라디오드라마를 만드는 등 팬클럽도 생겼다.

고양시 페이스북은 ‘고양시’라는 이름에서 연상되는 ‘고양이’ 캐릭터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포맷을 바꾸며 한 달 만에 ‘친구’가 4900명에서 1만3400명으로 늘었다. 이처럼 SNS계정에 인격체를 부여하는 마케팅 방식은 ‘페르소나 전략’이라고 불린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델(Dell)이나 금융회사, 디즈니 등이 이용해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기관을 인격화해 소통할 경우 수용자 측에서 수평적 관점으로 관계를 인식하고, 친근한 교감을 통해 위기나 리스크 대응, 마케팅 홍보에도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예능 요소 듬뿍 가미한 대선 방송…시청자들 “신선해”=이번 대선 개표방송의 포맷에 가장 큰 변화를 준 방송사는 SBS였다. SBS는 런던 올림픽을 모티브로 삼아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가 펜싱코트에서 득점하는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다. 영화 ‘친구’를 패러디해 두 후보가 70~80년대 교복을 입고 부산 시내를 달린다던지,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을 떠나는 모습을 재현했다. 일본 컴퓨터그래픽 작가 ‘토루 하야이’의 캐릭터를 이용해 거대한 곰인형이 서울 한강ㆍ포항 상생의 손 등 전국의 명소를 떠도는 모습도 연출했다. 배경 음악으로 마이클 잭슨의 ‘heal the world(세상을 치유해요)’를 쓰는 등 사회 풍자적인 요소도 곁들였다.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방송 포맷에 국민들은 우선 호평을 보냈다. 직장인 전성오(35) 씨는 “개표 방송에서 예능 방송 같은 재미를 느끼기는 처음”이라며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미디어에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세를 이뤘다.

▶권위를 유지하느냐, 잃느냐. 양날의 검=전문가들은 미래사회를 주도할 N세대(1977~1997년 출생, 인터넷에 능숙한 세대)들이 등장하며 권위적이기보다는 개방적이고 소통과 대화를 추구하는 니즈(needs)가 커진 것을 변화 요인으로 꼽았다.

소셜네트워크협회 초대 회장인 강학주 (주)이투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개표방송에 대해 “청년실업 문제 등 이번 대선에 젊은 층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로운 소통방식을 고민한 것 같다”며 “밝고 재밌는 전달 방식이 젊은 층을 유입시키는 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정치나 공공기관 등 지금까지 권위를 유지해왔던 영역의 변화는 그러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민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나누는 것은 순기능이지만 메시지 전달의 힘을 잃어버리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강대학교 김충현 언론대학원 교수는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포맷에 예능적 요소를 부여해 일반인들에 부담없이 다가가는 것은 좋지만 이성적ㆍ분석적인 마인드를 너무 가볍게 취급하는 경향이 확대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며 “메시지가 너무 가볍게 취급될 경우 의미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당한 권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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