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 올해도 어김없이‘ 작심삼일’ 금연…성공하려면
강한 의지만으론 한계…니코틴 패치·껌등 보조요법 적극 활용을50세 금연하면 폐암 확률 2%·흡연 계속땐 10~12%로 높아져
새해가 되면 해맞이 인파로 북적이는 정동진만큼이나 금연클리닉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백해무익하다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애연가들에게 담배는 막역한 친구나 다름없다. 뿜어내는 연기 속에 스트레스 한 줌, 자식 걱정 또 한 줌, 생활비 걱정까지 덜어주는 기분이다. 그 때문에 아무리 독하게 마음을 먹어도 ‘작심삼일’로 끝나는 게 금연 결심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선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하는 법,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짚어본다.
▶암은 담배 연기를 먹고 자란다=담배를 피우면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여러 질병 위험을 높인다. 흡연으로 인한 구체적인 폐해는 담배를 피우는 양과 습관, 기간, 흡연자 자체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흡연으로 인해 뇌졸중이나 심장관상동맥질환은 2~4배, 폐암은 23배,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12~13배 정도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금연을 다짐했다면 틈틈이 금연으로 인해 나와 내 가족이 얻는 이득을 떠올리며 담배의 유혹을 떨쳐내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
반대로 담배를 끊으면 질병에 걸릴 위험은 낮아진다. 특히 얼마나 빨리 끊느냐가 중요하다. 30대에만 담배를 끊어도 흡연 기간이 적기 때문에 폐암 위험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50세에 끊으면 향후 폐암에 걸릴 위험이 2% 정도로, 계속 흡연을 했을 경우(10~12%)보다 낮아진다. 늦게 끊을수록 폐암 발생률은 높아지는 것이다. 또 금연 후 10년이 지나면 폐암 위험은 반으로 떨어진다. 심장질환에 대한 위험도는 1년만 돼도 반으로 감소한다.
또 윤병우ㆍ이승훈 서울대병원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흡연을 할 경우 일반인에 비해 2.8배나 걸릴 위험이 높은 ‘지주막하 출혈’도 금연 후 5년이 지나면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막하 출혈은 치명적인 뇌출혈의 일종으로, 머릿속 혈관에 생긴 꽈리가 터져 발생하며 치명률이 50%에 달한다.
▶청소년ㆍ여성은 특히 경계해야=담배는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해롭지만 특히 이른 시기에 담배를 접하면 그만큼 흡연에 노출되는 기간이 증가해 위험성도 비례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똑같은 50세 흡연자라도 13세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면 40년을 피운 셈이다. 그만큼 누적 흡연량이 많다.
또 흡연 시작 연령이 낮으면 니코틴 중독이 더 많이 된다는 연구도 있어 흡연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어린 나이에 담배를 피우면 DNA 손상이 더 심해서 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따르면 여성이 흡연을 하면 흡연과 관련된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남성보다 25% 더 높다. 또 흡연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 기간이 1년 증가할 때마다 심장질환 발생 위험은 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로는 백번도 넘게 끊은 담배=담배를 계속 피우면 니코틴 같은 의존성 물질에 노출돼 뇌의 니코틴아세틸콜린(nACh) 수용체의 수가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이를 채우려 지속적으로 흡연을 하게 된다. 때문에 갑자기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수용체에 결합할 니코틴이 없어져 강력한 갈망과 함께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금단 증상은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2시간 이내 발생돼 첫 24~48시간에 최고를 이루며, 길게는 수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 니코틴을 찾게 되고 긴장, 집중력 곤란, 졸림, 수면장애 등과 같은 현상이 동반되는데, 이는 신체적 의존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므로 웬만한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마치 배고픈 것을 무작정 참을 수만은 없는 것과 같다.
이를 극복하려면 니코틴 패치나 껌 등 뇌의 nACh 수용체를 증가시키지 않고 금단 현상을 줄여주는 니코틴 보조 요법을 이용할 수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금연엔 끝이 없다는 것. 금연 후 수개월 안에 한 번이라도 흡연을 하면 재발로 이어지기 쉽다. 니코틴 의존자가 장기간 니코틴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니코틴의 뇌 보상 효과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증가한다. 때문에 한 번 흡연을 하면 강력한 뇌 보상 효과가 일어난다. 신동욱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무리 스트레스를 받고 주변에서 권유를 해도 ‘딱 한 대만 피우자’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흡연욕구를 참을 수 없을 땐 금연으로 인한 나와 내 가족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술자리는 흡연을 부르는 지름길이므로 삼가야 한다. 그러나 설사 다시 담뱃불을 붙였더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첫 시도만에 금연을 한 사람은 거의 없다. 금연에 실패했다면 무엇이 도움이 됐고 방해가 됐는지 기억했다가 다음에 금연을 시도할 때 이를 떠올리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도움=서울대병원]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