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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은 시인 “황홀한 술집이 책방보다 부차적이 됐다”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70년대는 문학하고 역사하고 동의어라고 생각하고 살았죠. (… )한 밥상에 있는 반찬같은 거라고 생각할 때죠. 그 시절은 처녀로서의 삶, 순정덩어리였습니다. 비논리적이고 울고 웃고 그럴 때였죠. 나의 또 하나의 시간적 고향은 1970년대였습니다.”

엄혹한 유신의 시절, 70년대를 고은 시인은 이렇게 낭만적으로 회고했다. 70년대 유신시대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기록한 일기인 ‘바람의 사상’과 대담집 ‘두 세기의 달빛’ (한길사 펴냄)을 펴내고 7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고은 시인은 “과거가 당시에는 황량하기도 한데 지난 뒤에는 색깔이 칠해진다”며 “과거는 꼭 하나씩 가져야 하는 내마음속의 풍경같다”고 했다.

그는 일기를 책으로 내자고 했을 때 섬찟했다. 일기나 책으로 내는 신세가 됐나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내 문학이 진행되고 있어 일기로 내 문학의 존재를 삼을 생각이 없었으나 그 때 문학의 풍경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펴내게 됐다”고 출간이유를 밝혔다.

 
고은 시인 `바람의 사상` 기자 간담회.                                                                                         안훈기자 rosedale@ 2013.01.07

‘바람의 사상’은 몇해 전 문학잡지 ‘문학사상’에 그 일부가 ‘바람의 일기’란 제목으로 연재돼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 한권으로 정리한 일기는 유신선포 이듬해인 1973년 4월부터 77년 4월까지 4년간의 기록이다.

일기에는 알만한 지식인들의 모습과 동선, 생각과 움직임이 하루의 짧은 시간단위안에 필름조각처럼 선연하게 찍혀있다. 여기에는 김병익 김윤식 박맹호 김현 백낙청 이문구 이병주 박태순 임헌영 최인훈 등 신문학 1세대를 비롯, 리영희 한승헌 임재경 남재희 등 고은의 깊고 넓은 인맥이 큰 흐름을 이루며 흘러간다.

“살아있다는 것은 눈뜨고 상황을 자신의 정면으로 삼는 일이다. 울어도 벌떡 서서 울어야 한다” 등 치열한 자기인식의 아포리즘들은 지금도 심장을 펄떡이게 한다.

김형수 시인과의 대담집 ‘두세기의 달빛’은 고은 시인의 삶과 정신적 궤적을 시적 언어로 찬란하게 보여준다.

고은 시인은 달라진 생활 한 편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술 먹는 시간이 아깝다고 했다. 술잔을 앞에 놓아야 말이 풀렸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시인은 “술보다 책이 좋아요. 황홀하던 술집이 책방보다 부차적이 됐다”며 독서삼매경에 빠진 일상의 즐거움에 대해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언어기억력이 현저하게 모자란다며 그전에 알았던 한자어휘 단어가 빠져나가 상습적으로 사전을 본다고도 했다. 그는 사전을 찾다보면 고독할 새가 없다며 고독을 이기는 방법으로 권하기도 했다.

고은 시인은 올해 상반기엔 이태리 베네치아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고 한 학기동안 강단에 선다. 또 5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시인축제에도 참여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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