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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굴욕이냐, 대변신이냐…기로의 전경련, 선택의 세가지 포인트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리브(Live)냐, 다이(Die)냐. 햄릿 대사가 아니다. 좀 과장되게 표했을지 몰라도, 최근 수세에 몰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다. 전경련이 최소한 5년 굴욕을 보내느냐, 대변신을 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당선인과 새 정부 출범과 관련이 크다. 이명박정부 초기 최적의 파트너로 존중받으면서 위상을 자랑하던 때와는 완전 다르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고, 경제민주화를 표방하면서 대기업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재계단체 맏형의 위치는 둘째치고, 대한상의나 중소기업중앙회에 한참 밀릴 상황이다.

대기업에 압박으로 몰아치는 새정부와 시대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대기업 옹호 집단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어에만 급급하는 전경련의 과거지향적 사고도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어 보인다. 

지난해 12월 열린 전경련 신축건물 상량식에서 허창수(가운데)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상량식 버튼을 누르고 있다. 전경련은 올해 하반기 새 건물로 입주한다. 새 둥지를 틀며 제2도약을 기대하고 있지만, 변화에 대한 압박이 기다리고 있어 마냥 부푼 꿈에 들떠 있을 수 만은 없어 보인다.

대기업 회원사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경련이 위상을 되찾을 노력이 없어, 한마디로 회비 값이 아깝다는 것이다.

10대그룹 임원은 “대기업도 전경련이 과거식으로 기업 입장을 대변하고, 방어 논리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원치 않는다”며 “전경련이 새길을 찾아 회원사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전경련이 재도약을 하기 위해선 3가지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아젠다 발굴과 회장단 결집력 강화, 사무국 수장 교체가 바로 그것이다.

전경련의 아젠다 창출 노력은 급해 보인다. 지난 한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리에 질질 끌려 다니며 ‘땜질식 방어’에 치중했던 것과 같은 모습을 회원사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전경련을 방문해 ‘인위적 구조조정을 자제해달라’고 한후 허둥대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불황 때의 구조조정은 뒤따를 수 밖에 없고, 적정선의 몸집 줄이기는 기업 사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이슈는 전경련이 선점을 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0일 새해 처음으로 열리는 전경련회장단 회의 역시 마찬가지다. 회의에선 대기업의 투자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다진다. 지난해 말, 새해 초 정치권의 투자 확대 요구에 뒤늦게 화답하는 형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등 떠밀려 뒷북 치듯이 대기업 리스트를 종합해 투자계획을 종합, 발표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대통합 카드가 됐든, 일자리가 됐든 회원사 입장의 아젠다를 치고 나가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회장단의 결집력 강화도 숙제다. 이날 회장단회의 역시 4대그룹 회장은 참석치 않는다. 참석자는 겨우 두자릿수를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박 당선인이 부르면 부리나케 달려오고, 전경련회의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 회장단도 있는 등 전경련으로선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더이상 방관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전경련이 한때 강력한 위상을 과시했을때, 회장단 활동이 활발했다는 점은 교훈으로 삼을만 해 보인다. 업계 일각에선 회장단 회의 참석이 저조한 기업의 경우, 회원사 자격을 배제하고 일정 패널티를 주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경련이 탈태환골 하려면 인물 교체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허창수 회장은 다음달로 임기가 완료된다. 허 회장은 연임에 욕심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허 회장 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허창수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관심을 끄는 이는 전경련 사무국 수장인 정병철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이 사심이 없는 사람으로, 회원사 입장을 대변하는데 누구보다도 한몸 바쳐온 것은 분명하지만 ‘새시대 소통’에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다고 정 부회장이 자리에 연연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임원은 “전경련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와신상담이라도 한다면 대기업도 당연히 지원할 것”이라며 “옛날 식으로 대충대충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전경련은 뼈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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