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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은, 젊은 고은을 회고하다
“1970년대는 문학하고 역사하고 동의어라고 생각하고 살았죠(…)한 밥상에 있는 반찬 같은 거라고 생각할 때입니다. 그 시절은 처녀로서의 삶, 순정덩어리였죠. 비논리적이고 울고 웃고 그럴 때죠. 나의 또 하나의 시간적 고향은 70년대였습니다.”

엄혹한 유신의 시절, 70년대를 고은 시인은 이렇게 낭만적으로 회고했다. 70년대 유신시대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기록한 일기인 ‘바람의 사상’과 대담집 ‘두 세기의 달빛’(한길사)을 펴내고, 고 시인은 “과거가 당시에는 황량하기도 한데 지난 뒤에는 색깔이 칠해진다”며 “과거는 꼭 하나씩 가져야 하는 내 마음 속의 풍경 같다”고 했다.

그는 일기를 책으로 내자고 했을 때 섬뜩했다. 일기나 책으로 내는 신세가 됐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내 문학이 진행되고 있어 일기로 내 문학의 존재를 삼을 생각이 없었으나 그때 문학의 풍경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펴내게 됐다”고 출간 이유를 밝혔다.

‘바람의 사상’은 몇 해 전 문학잡지 ‘문학사상’에 그 일부가 ‘바람의 일기’란 제목으로 연재돼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에 한 권으로 정리한 일기는 유신 선포 이듬해인 1973년 4월부터 77년 4월까지 4년간의 기록이다.

일기에는 알 만한 지식인의 모습과 동선, 생각과 움직임이 하루의 짧은 시간단위 안에 필름조각처럼 선연하게 찍혀 있다. 여기에는 김병익 김윤식 박맹호 김현 백낙청 이문구 이병주 박태순 임헌영 최인훈 등 신문학 1세대를 비롯해 리영희 한승헌 임재경 남재희 등 고은의 깊고 넓은 인맥이 큰 흐름을 이루며 흘러간다.

“살아있다는 것은 눈뜨고 상황을 자신의 정면으로 삼는 일이다. 울어도 벌떡 서서 울어야 한다” 등 치열한 자기인식의 아포리즘은 지금도 심장을 펄떡이게 한다.

김형수 시인과의 대담집 ‘두세기의 달빛’은 고 시인의 삶과 정신적 궤적을 시적 언어로 찬란하게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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