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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글족, 혼자 사는법을 학습하라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교수, 300여명 집단실험 통해 ‘1인가구 증가 확정된 미래’에 대한 방향 제시
1995년 7월 중순, 미국 시카고에 폭염이 덥쳤다. 12일부터 16일까지 하루 중 최고 온도가 33.9도에서 40.0도에 달하는 살인적인 더위가 이어졌다. 이때 폭염으로 사망한 시민이 750명에 달했다. 사망자 수는 지역별로 차가 났다.

당시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지역 중에서도 공동체가 잘 발달된 지역에서는 사망률이 낮았다. 반면 공동체가 붕괴된, 따라서 찌는 듯한 더위에도 창문 열기가 힘들고 외출하기도 어려움이 많은 흑인 거주 지역에서는 사망률이 높았다.

1인 가구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사회안전망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예다. 비슷한 사례가 일본에도 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많은 일본에서 일본 동북대지진 이후 새로운 주거형태로 쉐어하우스가 인기다. 오피스텔식 독립적 공간과 식당과 같은 커뮤니티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재난과 위기에서 혼자 견뎌야 할 두려움을 나누려는 대안이다.

학자들은 1인 가구 증가를 ‘확정된 미래’로 본다. 미국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8%, 스웨덴은 47%, 일본은 31%, 한국도 올해엔 25%를 넘을 전망이다.

뉴욕대 사회학교수인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고잉솔로 싱글턴이 온다’(더퀘스트)에서 인류의 역사상 유례없는 혼자살기 집단적 현상의 이유로 역사적 문화변동을 꼽는다. 즉, 종교적 숭배의 대상으로까지 여겨지는 개인주의다. 여기에 호텔식 주거, 아파트, 사교클럽 등 도시문화의 발달은 개성의 자유로운 표현과 실험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을 제공했다. 

저자는 300여명과의 심층 인터뷰와 통계자료,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혼자살기라는 집단적 실험을 오늘날 어떻게 수용하고 이해해야 할지 균형잡인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의 시각은 기존의 우려섞인 목소리와는 다르다.

“사회가 붕괴된 게 아니라 개인의 교류방식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한다.

책에는 혼자 고독을 만끽하면서 행복하게 잘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경제적 여유가 있고 룸메이트와의 동거보다 자신이 통제권을 갖는 생활을 선호하는 젊은 직장인, 배우자를 선택할 때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기를 거부하는 30대와 40대 독신남녀, 결혼의 환상에서 탈출한 이혼남과 이혼녀, 배우자와 사별한 뒤 새로운 친목생활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하며 자신의 능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노인 등 사례가 넘쳐난다. 

“가정적 결합을 촉진하는 무익한 캠페인에 에너지를 적게 투입하고 이미 혼자 사는 사람이 더 잘살도록(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고, 사교활동도 활발하게 하도록) 돕는 데 집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본문 중)

책에 소개된 시장조사기관인 패키지드팩츠에서 내놓은 ‘새로운 핵가족’의 연구 결과를 보면 실제로 혼자 사는 사람은 외식과 운동을 더 자주 하고, 미술 또는 음악강좌를 자주 듣고 공개행사와 강연,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또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사람이 훨씬 바쁜 경우도 많다.

그렇긴 해도 과제는 남는다. 어떻게 혼자 잘살 것인가의 문제다. 저자는 솔직하게 혼자 살기에 따르는 고통을 줄인다는 것은 삶의 고통을 줄인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의 불가능한 일임을 지적한다. 따라서 고독과 사회생활의 균형, 미디어와의 건전한 관계, 외로움에 대처하는 법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중년 싱글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생활의 심리적ㆍ경제적 이점과 단점, 이혼에 따르는 잠재적 타격과 극복과정도 들려준다. 또 중산층 전문직과 사회경제적 주변인 계층의 비교를 통해 오늘날 혼자 사는 삶을 선택한 이들의 시각을 보여준다. 왜 노년 싱글 대다수가 혼자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지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저자의 결론은 싱글 생활자의 발흥은 사회적 문제는 아니지만 기존의 사회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극적인 사회변화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속에서 결혼 장려책 같은 도덕적 설득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는 솔로를 변화의 대상으로 보고, 틀렸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시급한 건 그들이 더 잘살게 돕는 편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이들을 이해하려면 유비쿼터스 미디어를 들여다보는 게 유효하다. 혼자 살기를 실천하고 있는 이들이 자아를 발견하고 좋은 벗과 함께하는 기쁨, 그들의 생활상과 욕망과 미래의 지형도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연령과 사회적 지위가 다른 사람이 섞여 생활하는 새로운 주거모델 등 대도시 공간의 재설계에 대한 저자의 제안이 눈길을 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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