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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막올릴 뮤지컬 ‘고스트’ 오디션…30명 배우 선발에 750명 지원 경쟁률 25대 1, 그 현장엔 비장감이…
포스터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배우들의 노랫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그곳이 나왔다. 배우들의 땀과 눈물로 얼룩지는 오디션 현장, 복도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배우들의 표정에는 비장함, 결연함이 엿보였다.

서울 강남의 한전아트센터 3층, 올 하반기 막을 올리게 될 뮤지컬 ‘고스트’의 오디션장은 배우들 간 치열한 경쟁의 장이기도 했다.

SBS의 ‘K팝 스타’, MBC의 ‘위대한 탄생’등 각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도 늘어나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경쟁은 남의 일이고 쉽게 볼 수 있는 오락거리가 돼버렸지만 실제 작품을 향한 배우들의 경쟁은 눈물겹도록 치열하다.

이번 뮤지컬 ‘고스트’의 오디션에도 30여명의 배우를 선발하는데 750명의 지원자가 몰리며 약 1대 25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날 오디션에서 날카로운 눈초리로 참가자들을 관찰하고 지도한 사람은 한진섭 협력연출과 협력음악감독 박칼린을 비롯해 영국 웨스트엔드 현지 프로덕션 GR World Wide LLP의 크리에이티브팀 협력연출 폴 그리핀(Paul Griffin), 협력음악감독 제임스 맥키온(James Mckeon), 협력안무 제니 맥데이드(Jenny Mcdade), 프로듀싱 컨설턴트 루이스 위더스(Louise Withers) 등이 참가했다.

 
안무가 제니 맥데이드와 앙상블 배우로 지원한 오디션에 참가자들의 안무 장면.                             [사진제공=신시컴퍼니]

▶희비가 엇갈리는 그곳, 그곳은 전쟁터=오디션장에 한 배우가 들어섰다. 쭈뼛거리는 모습이 긴장함을 가득 담고 있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협력음악감독을 맡은 제임스 맥키온은 피아노 앞에서 직접 피아노를 잡으며 여러 차례 강하고 크게 불러보라고 주문해 봤지만 이 배우는 목 상태가 안 좋아 끝내 파열음이 났다.

이날은 자유곡 1곡과 미리 주어진 ‘고스트’의 수록곡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 이 곡을 조금 느리게 편곡한 주인공 샘의 ‘러멘트(Lament)’, 샘과 몰리의 절정에 이른 감정을 노래하는 ‘아이 해드 어 라이프(I Had A Life)’ 등을 노래하고 이를 평가하는 1차 오디션이었다.

1차 오디션인 탓에 배우 한 사람을 평가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리기도 했지만 지원자에 따라서는 한 곡만 부르고 오디션장을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심사자들 간 논의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신중함이 엿보였지만 일부 출연자는 한 곡만 불렀는데도 “베리 굿(Very Good)”을 외치며 다음주 오디션에서 다시 한 번 더 보자고 제안한 이들도 있었다. 1차 오디션인 만큼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점쳐가며 칼 역할을 지원한 한 지원자에겐 다른 역할에도 관심 있는지 질문하기도 했다.

작품에 대한 욕망과 패기가 과한 참가자도 있었다. 심사위원들에게 어떻게라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자신이 선택한 자유곡을 노래하며 연기, 안무까지 한번에 소화한 열정 많은 젊은이가 있었으나 심사위원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은 듯 한 모습이었다. 그는 결국 그 곡을 마지막으로 퇴장했다.

‘고스트’의 주인공인 샘과 몰리, 오다메, 칼 등의 주연급 배우를 선발하기 위한 이날 오디션엔 낯익은 참가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현재 다른 뮤지컬에서 주연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한 배우는 오디션을 마치며 “매직컬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라며 “농담으로 떨어지게 되면 컴퍼니 매니저라도 시켜 달라고 할 정도로 무대에 서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어느 역할이라도 맡고 싶다는 게 그의 마음인 듯했다.

그는 “같이 오디션 보는 분들 중에 팬이라며 오는 분들도 계신데 좀 놀랐고 저분들이 조만간 따라오면 곤란하겠다는 생각도 들고 꿈을 좇던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단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심사자들로부터 다음주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받았던 이 배우는 그 다음주 오디션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여성 주연배우 선발을 위해 맞춰보는 시간도 가졌다.

협력 연출 폴 그리핀은 두 배우에게 미리 장면이 있기까지의 과정들과 등장인물들의 감정상태, 세세한 행동묘사 등까지 하나하나 한참이나 설명했다.

프로 연기자들에게도 갑자기 연기를 시작하는 부분은 멋쩍게 느껴지는 듯 잠시 웃음이 오갔으나 이내 진지하게 연기했다. 폴은 사전에 주어진 4개 신 중 하나를 주문했고 이들은 샘과 몰리의 카페 신을 연기했다.

심사위원들은 노래나 연기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거나 시작 전 미리 장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제공했다. 노래나 연기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몰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들지 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걸로 탈락이다.

“4개 중 자신이 잘 외우지 못한 것을 하도록 주문했다”며 아쉬워했던 이 배우는 시험범위가 넓어 공부를 못하는 것처럼 대본을 여러 개 주니 기출문제를 다 못 풀고 나오는 경우, 시험범위가 너무 넓어 곤란한 경우다.

박칼린 음악감독은 “일단 처음이고 이분들(현지 크리에이티브팀) 입장에서 그들이 뽑고 싶은 사람을 골라내는 게 저의 역할”이라며 “연기, 노래 스타일, 음색, 체구나 생김새 모두를 다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1차이니 해외팀들이 먼저 걸러내고 누가 열심히 하는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 사람인지 등을 조언하기도 한다”고 했다.

▶700여명의 배우가 선택한 뮤지컬 ‘고스트’, 20년 전 사랑 이야기가 무대 위로…=1990년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무어가 주연한 영화 ‘사랑과 영혼’을 뮤지컬로 만든 ‘고스트’는 지난 2011년 3월 영국 맨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됐다. 그해 6월 런던 웨스트엔드 피카델리 극장에 섰고 7월 19일 공식 오프닝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소개됐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은 지난해 3월, 한국에서는 오는 11월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한국 초연이기도 하지만 비영어권, 아시아권 초연이기도 하다.

영화를 통해 유명해진 라이터스 브러더스(Righteous Brothers)의 명곡 ‘언체인드 멜로디’가 다양하게 편곡됐고 LED영상과 멀티미디어, 마술을 이용한 특수효과 등으로 영혼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표현한다. 마법 같은 무대장치와 기술로 어떤 사람들은 ‘매직컬’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영화 원작자인 브루스 조엘 루빈(Bruce Joel Rubin)이 뮤지컬 대본을, 영화 ‘해리포터’시리즈의 마술효과를 만든 폴 키에브(Paul Kieve) 등의 스태프가 함께했으며 현지 프로덕션은 연극 ‘노르만 컨퀘스츠(The Norman Conquests)’로 토니상과 드라마데스크상을 수상한 매튜 워추스(Mattew Warchus)가 탄생시킨 작품이다.

23년 전 영화 ‘사랑과 영혼’의 감동을 기억하는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뮤지컬 ‘고스트’는 영혼의 사랑이야기로 9개월간의 대장정을 기다리며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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