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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미술품시장 ‘나홀로 호황’
크리스티 작년 6조7000억 매출 사상최대
투자처 헤매는 슈퍼리치 뭉칫돈 대거 몰려
안전자산 고가미술품 수집 열기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유난히 활황을 보인 시장이 있다. 바로 ‘아트마켓’이다.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하는 아트마켓은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승승장구 중이다. 각국의 최상위 부호들은 물론, 신흥부자들까지 합세해 유명작가의 미술품을 마치 주식 사듯 사들이고 있다. 이는 수작(秀作)의 경우 몇 년간 보유하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투자 메리트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미술품경매사인 크리스티의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뉴욕 런던 홍콩 등지에서 경매를 펼치는 크리스티는 지난해 총 62억7000만달러(한화 약 6조706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2011년에 비해 10% 증가한 수치다. 크리스티는 “지난해 세계 136개국 고객 중 신규고객이 19%에 이를 정도로 신규 구매자가 크게 늘었고, 근현대미술의 실적이 고루 좋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거래한 작품 중 686점이 100만달러(약 10억7000만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됐으면, 이 중 49점은 1000만달러(약 107억원) 이상에 거래되는 등 경합을 이룬 고가 작품이 많았다”고 밝혔다.

크리스티와 함께 세계 미술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소더비의 경매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소더비 또한 지난해 에드바르 뭉크의 ‘절규’가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1억1992만달러(당시 한화 약 1356억원)에 낙찰되는 등 호황을 이뤄 크리스티에 필적할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뭉크‘ 절규’

작년 초에만 해도 유럽발 재정위기가 워낙 심각해 글로벌 아트마켓 또한 ‘반 토막’이 날 것으로 예견됐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을 비웃듯 지난해 세계 미술시장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경신했다. 이는 막대한 유동자산을 지닌 슈퍼리치들이 주식, 부동산이 침체를 이루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고가의 그림수집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오일머니로 무장한 카타르는 국왕과 공주가 직접 나서 후기인상파 거장 폴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을 2억5000만달러(당시 한화 약 2800억원)에 유력화랑을 통해 구매한 것으로 밝혀져 큰 화제를 모았다. 경제강국인 카타르는 세계적인 걸작을 싹쓸이하듯 사들여 곧 미술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또 미국 및 유럽, 러시아 부호들도 여전히 고가 그림 수집에 나서 세계 미술시장은 ‘경기한파의 무풍지대’가 되고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배우 톰 행크스, 스티브 마틴은 물론이고,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게펜,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코언, 부동산 거물 앨리 브로드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까지 아트마켓에 뛰어들며 시장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외 미술품을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김창일 아라리오그룹 회장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아트마켓이 활황인 것은 유력 경매사가 희소성 있는 미술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투자할 만한 작품이 나오니 여유자금을 보유한 부호들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나 역시 지난해 약 30점의 작품 응찰에 참여했으나 경합이 치열해 2점밖에 못 샀다”고 밝혔다.

예술경영 컨설턴트인 김민주 리드&리더 대표는 “희소성을 지닌 고가의 미술품은 기존의 전통적인 럭셔리상품(고급자동차, 명품패션)을 충분히 경험한 부호들이 마지막으로 추구하는 아이템으로, ‘뉴럭셔리의 정점’에 해당된다”며 정권교체기의 중국이 다소 주춤하긴 했으나 앞으로 이 같은 트렌드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돈과 예술의 거리낌없는 결합’으로 지탄하나 한정된 희귀작을 둘러싸고 벌이는 슈퍼리치 간의 경합은 그 도도한 열기를 이어갈 것이 틀림없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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