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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그려보는 ‘박완서 문학지도’
한 작가의 시작과 여정, 끝을 오래, 가까이에서 또 때로 거리를 두고 함께 해온 평론가가 있다면 그이야말로 작가론을 쓰기에 예정된 인물이 아닐까.

2주기를 맞은 소설가 박완서와 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의 관계가 그렇다. 고인의 초기작 ‘카메라와 워커’로 만나 ‘엄마의 말뚝’을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세우며 ‘천의무봉’이라 했던 김 교수와 그 평에 값하며 줄곧 실감의 언어로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 박완서의 나란한 문학적 길은 아름다워 보인다. 이런 저런 이유로 둘은 여러 차례 문학여행도 함께 하며 오래 교유했으니 작가와 작품을 가장 잘 안다고 해야 할 듯하다.

김 교수는 ‘내가 읽은 박완서’(문학동네)를 통해 고인의 데뷔작 ‘나목’(1970)에서부터 마지막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2010)까지,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그린” 박완서 문학지도를 그려보인다. 작품 출간 직후 “따끈따끈할 때” 읽고 쓴 현장비평, 작품 바깥에서 쓴 글, 작품 속을 파고 든 글을 1, 2, 3부로 엮고, 4부에는 고인과 함께 여행하며 찍은 사진 36장을 담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재미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김 교수의 거리조정이 야기하는 묘한 긴장감이다.

작가와 작품은 같지 않다는 문학적 신념을 고수하며 작가와 작품을 떼어놓고 깐깐하게 작품 읽기로 유명한 김 교수가 박완서와 이렇게 저렇게 엮이면서 작품의 의미망을 넓혀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아이러니다.

‘ “나만 억울하다!”고 외치는 목소리를 접할 적마다 나는 그 정황을 논리적으로는 이해하지만, 뭔가 빠져 있는 듯 한 느낌을 떨쳐내기 어려웠던(…), 과감히 “나만 억울하다”에서 벗어나, “나는 이렇게 잘났다!”에로 항해도 되지 않았을까.(…) ‘그랬더라면’보다 큰 작가로 나아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책 14p)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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