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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가 몇인데…” 그 말은 지워라
이 세명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일을 죽을 때까지”
“은퇴는 끝아닌 젊음의 확장”
“결혼은 행복·성취가 최우선”

나이 잊은채 사는 ‘어모털족’
풍요가 낳은 열정의 부산물
그들이 바꿔놓은 삶의 방식


KBS 주말 드라마 ‘내딸 서영이’에서 이집 저집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제일 신나는 사람은 최민석(홍요섭 분)이다. 친구가 운영하는 회사의 이사로 술 상무 역할을 하다가 내던지고 젊은 시절의 꿈을 좇아 연기에 도전하며 한창 살맛나하는 인물이다. 그가 퇴직금으로 산 것은 3000만원짜리 오토바이. 쇠붙이를 주렁주렁 단 가죽재킷과 바지에 부츠, 선글라스를 끼고 오토바이 청춘들과 어울려 폼나게 질주한다. 그는 마누라가 아무리 바가지를 긁어도 연기인생을 포기하지 않을 참이다.

이 캐릭터는 요즘 떠오르는 ‘어모털족(Amortality)’의 일종이다. 어모털리티는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 타임 지 유럽 총괄 편집장인 캐서린 메이어가 만들어냈다. 메이어는 나이의 구분이 모호해진 시대현상에 주목했다.

실제로 요즘 분위기는 ‘나이에 맞는’이란 수식어를 달았다간 눈총을 받을 수 있다. 마케터들도 더 이상 나이로 소비자를 분류하지 않는다. 엄마와 딸이 잘 구분되지 않는 스타일이 대세다. 나이 초월에는 성형수술, 늘어난 수명이 한몫하고 있다. 이들은 젊게 보이려고 옷을 입는 게 아니라 애초부터 아예 세월을 의식하지 않는다.

 
‘세월을 의식하지 않는’ 어모털리티는 태도, 가치관, 행동을 통해 정의되는, 또는 지역에 제한을 받지 않는 사회적 유행병이라고 할 수있다. 사진은 대표적 어모털족으로 꼽히는 믹 제거(왼쪽부터), KBS 주말드라마‘ 내딸 서영이’의 최민석(홍요섭 분).

메이어는 방대한 자료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쓴 ‘어모털리티’(퍼플카우 펴냄)에서 이를 풍요가 낳은 부산물로 본다. 전형적인 어모털족을 꼽자면, “할 수 있는 동안 좋아하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믹 재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절대로 쉬지 않는 우디 앨런 등이 대표적이다.

어모털족에 은퇴는 젊음의 확장일 뿐이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전역 55개 이상의 지역에는 50개가 넘는 은퇴자 공동체가 있으며 이 구성원들의 일상은 매우 바쁘다. 수많은 사교 모임, 운동 교습, 자전거 타기를 비롯한 다양한 공동체 활동으로 꽉 채워져 있다. 주민들 일부는 여전히 임금을 받는 직업을 갖고 있기도 하다.

저자는 어모털리티가 바꿔 놓은 일과 여가, 가족, 사랑, 나이 등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다양하게 보여주며 어모털족의 특성들을 들려준다.

라스베이거스의 노화관리 의료기관인 세네제닉스는 호르몬 최적화 요법으로 젊음을 연장시켜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디 알렌

늦은 나이에도 더 쉽게 아이를 갖게 해주고 원하는 정자를 선택하게 해주는 의료기술, 가임기간을 늘려주는 과학기술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만들어내고 있다. 새롭고 느슨한 형태의 가족, 이혼과 재혼을 통해 새로운 가족들이 생겨나는 중이다.

어모털족은 가정을 꾸릴 때에도 삶의 다른 부분들에서와 마찬가지로 나이에 대해 의식을 하지 않는다.

사랑에 관한 한 어모털족은 모험을 즐기는 편이다. 어모털족이 사랑에 예민한 건 결혼이 갖는 의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결혼의 핵심은 아이를 키우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서로의 행복과 성취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더 길어진 수명, 바꿔 말해 더 늘어난 섹스 수명은 불륜대상을 찾거나 난봉꾼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안겨준다는 설명이다.

어모털족은 또한 감성적인 드라마와 성적인 흥미로움을 한데 엮는 걸 좋아한다. 이들은 아무런 조건 없는 섹스 파트너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많은 조건을 달고 있을수록 성적매력은 더욱 커진다. 어모털족이 모험에 빠지기 쉽다는 뜻이다. 성욕과 질투의 한복판에 서 있는 모습은 어모털족의 또 다른 특성이다.

이들의 종교적 성향도 좀 다르다. 저자는 “어모털족들은 누군가에게 정의되기보다는 스스로를 정의할 수 있기 위해서, 그리고 종교행렬에서 차분하게 뒤처져 걷기보다는 삶에 덤벼들어 달리기 위해서, 종교에서 살코기만을 발라내거나 이를 다시 주조하는데 선수들”이라고 말한다.

메이어의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어모털족의 삶을 구성하는 인자는 열정이다. 어모털리티의 장점과 위험까지 사회문화 전 분야를 아우르며 어모털족을 발견해낸 메이어의 넓고 깊은 관찰과 통찰이 관심을 끌 만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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