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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장은 광채요, 음식이요, 품격이다
수천 년에 걸친 글쓰기 비결 <명문장의 조건>
“명문은 한때 이름난 문장이 아니라 영원히 썩지 않는 문장이다. 문장은 유기체다. 그속에 인간의 정신과 숨결이 있기 때문이다. 불후(不朽)의 문장이 명문이다.”

<명문장의 조건>(한길사.2012)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의 내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이 아닐까 한다.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을 꺼내 글로 써내는 것도 힘든 마당에 썩지 않는 영원한 문장을 만들기란 왕후장상의 씨를 품고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가당키나 할까.

이렇게 자신이 없는 이들에게 이 책은 동서양의 위대한 사상가, 문학가, 예술가들이 수천 년에 걸쳐 설파했던 글쓰기 비결에 관한 명언들을 통해 명문장을 말했다. 그간 작법론과 관련한 책들이 명문장들을 나열했다면 이 책은 저자만의 문장론의 구성과 체계를 세워 정리한 것이다.

인용된 글들 사이에 삽입되어 있는 논평과 함축적인 설명은 명문장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의 첫 장 명문장의 요건과 요소부분에서 저자의 글만 보더라도 그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된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들이 그렇다.

“명문에는 기품(氣品)·품격(品格)·풍격(風格)·격조(格調)·풍미(風味)·아치(雅致)·아취(雅趣)가 있어야 한다.” / “풍골(風骨)의 골은 형체를 지탱하는 뼈대와 같은 것이고 풍은 형체 속의 생기와 같은 것이다. 골은 구조이고 풍은 정서다.” / “문장의 여운은 음악의 여음과 같다.” / “문장의 광채를 내는 것은 재치다.” / “문장은 일용의 음식이다. 영양도 중요하지만 맛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주 맛있는 문장은 향기로운 문장이다.” -본문중

특히 책은 명문장의 요건으로 ‘정확한 문장’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그만큼 정확함을 중요시 한 것이다. 저자는 '정확'의 정의부터 정확히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문장에서는 ‘사실을 사실대로 적는 것이 정확’이라 말하며 빠뜨리는 것도 없고 덧붙이는 것도 없고 변질시키는 것도 없는 것이 정확이라 강조했다.

이어 정확한 문장의 두 가지 뜻을 설명했다. 하나는 그 문장이 전달하는 내용(사실)의 정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그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표현)이 정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정확한 문장이란 대상(사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전달(표현)하라는 것. 이때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도 정확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는 사상가들의 명언을 제시했다.

“많이 쓰려고 하지 말고 정확하게 쓰도록 애쓰라” -에라스무스(1466~1536) / “문장은 비록 자와 걸음쇠(컴퍼스)를 쓰지 않더라도 진실한 형상이 드러나야 하고, 참으로 저울로 잰 듯이 정확해야 하는 것이므로 내용과 형식 중에 어느 것이 중요한지가 문제가 아니라 응당 그 합당함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육기(陸機, 260~303) -41쪽

책은 이어 간결한 문장의 정의부터 명문장을 쓰기 위한 작법과 기법의 예를 들었다. 또한 명문장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기르는지에 대해 역설하며 명문장의 효용성과 그 가치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더했다. 다음의 베이컨의 명문장과 저자의 통찰이 이를 대변한다.

“독서는 풍부한 사람을, 담론은 용의주도한 사람을, 글을 쓰는 것은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베이컨, 1561~1626)고 한다. 문장은 정확한 사람을 만들고 정확한 사람은 정확한 문장을 만든다. 정확한 사람이라야 정확한 문장을 쓴다. -42쪽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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