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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매출 1조의 가고시안,이번엔 ‘뽀빠이’조각때문에 시끌
<이영란 기자의 Art & Art>

연매출 1조원을 올리는 세계 최대의 미술왕국 가고시안(Gagosian) 갤러리에 잇딴 악재가 터지고 있다.

남다른 안목과 두둑한 배짱, 그리고 엄청난 자본력을 지닌 세계적인 아트딜러 래리 가고시안(68)이 이끄는 가고시안 화랑은 지난해 9억2500만달러(한화 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린 세계 1위의 화랑. 후기 인상파 화가 폴 세잔의 2800억원짜리 그림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을 석유부국(富國) 카타르 왕가에 집어넣는 거래를 아쿠아벨라 화랑과 함께 주도하는 등 작년에도 굵직한 거래를 도맡아왔다. 물론 뉴욕, 런던에서 펼쳐지는 크리스티, 소더비 경매의 메이저 세일에도 그는 빠짐없이 등장하곤 한다.


라이벌이었던 뉴욕의 페이스 화랑이 다소 주춤하는 사이, 가고시안은 스타작가를 싹쓸이하며 승승장구해왔다. 뉴욕에만 4개의 갤러리를 둔 이 화랑은 베버리힐스, 런던, 제네바, 홍콩 등 전세계 주요도시에 11개의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이 화랑은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등 생존작가 중 가장 그림값이 비싼 작가를 전속으로 두고, 세계 미술계의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신디 셔먼, 리차드 프린스, 에드 루샤, 리차드 세라, 안젤름 키퍼, 안드레아 거스키, 루돌프 스팅겔, 히로시 스키모토, 크리스토퍼 울, 무라카미 다카시, 쩡판츠 등 금세기 스타급 작가들이 가고시안 소속이다. 작고작가 중에도 알렉산더 칼더, 로이 리히텐슈타인, 장 미쉘 바스키아, 사이 톰블리, 윌렘 드 쿠닝 등 ‘특A급’ 작가는 가고시안 휘하인 예가 많다.



그러나 작년말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데미안 허스트와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더욱 유명해진 일본의 여성작가 야요이 쿠사마가 가고시안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는가 하면, 제프 쿤스도 곧 결별할 것이라는 뉴스가 타전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오랫동안 찰떡궁합이었던 미국의 억만장자 수집가 로날드 페렐만(70)과도 법정 소송에 휘말렸다. 뉴욕타임스는 "가고시안과 페렐만이 현재 제프 쿤스의 작품 때문에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고의 고객을 어떻게든 달래,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지으려 했던 래리도 급기야 페렐만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페렐만은 뉴욕 맨하튼의 법원에 "가고시안이 4500만달러(약477억7000만원)를 호가하는 작품 11점의 가격을 속였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가고시안이 고객이 보유한 작품을 되살 때에는 작품값을 확 낮추고, 고객에게 작품을 팔 때에는 가격을 한껏 높여 막대한 차액을 챙긴다고 폭로했다.


뉴욕 미술계를 좌지우지하는 두 거물이 분쟁에 휩쌓이게 된 것은 제프 쿤스(58)의 대형 조각 때문이다. 지난 2010년 5월 페렐만은 가고시안을 통해 제프 쿤스의 조각 ‘뽀빠이(Popeye)’를 400만달러(약42억5000만원)에 구입하면서 작품은 19개월 뒤에 받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쿤스의 스테인리스스틸 조각은 선금을 내도 제작기간이 최소 2~3년은 소요돼, 천하의 페렐만이라고 해도 기다려야 한다. 쿤스는 전세계에서 워낙 대형조형물(주로 조각)의 주문이 워낙 많은 데다, 조각의 이음새가 하나도 없이 완벽하게 처리하는데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페렐만 역시 진득하게 기다릴 심산이었다.



허나 페렐만은 쿤스가 약속기한을 맞추지 못할 것을 알게 되자(쿤스의 작업실이 부도가 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문을 취소했다. 그런데 그는 쿤스의 작품값이 급속히 상승 중이니만큼 가고시안이 자신에게 되갚은 400만달러 이외에도 여전히 받을 게 많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완성 작품이긴 하나 2년새 쿤스의 ‘뽀빠이’가 1200만달러(약127억4000만원)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는 게 페렐만의 주장이다. 그는 가고시안과 쿤스가 맺은 비공개 협정 때문에 자신이 챙겨야 할 이익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반면에 가고시안은 페렐만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외려 그와의 거래 때문에 자신이 118만달러(12억5000만원)를 손해봤다고 맞서고 있다. 논란이 됐던 쿤스의 뽀빠이 조각을 비롯해 페렐만이 보유했던 작품이 당초 예상가보다 낮게 팔렸다는 것. 때문에 자신은 화상이 작품거래를 통해 받는 통상적인 커미션(10%) 보다 현저히 낮은 6.25%의 이익만 보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페렐만의 작품 중 3점은 아직까지 팔리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번 소송이 일어나기 전까지 20년간 페렐만은 가고시안에서 고가의 그림을 무려 200여점이나 구입했었다. 게다가 워낙 절친(?)이어서 한때는 식당까지 함께 차릴 정도였다. 화장품 기업 등을 보유한 페렐만은 미국의 부호 중 재산순위 26위를 달리는 거부이자, 뉴욕에서도 알아주는 아트 컬렉터이다. 페렐만은 래리 가고시안을 ‘미국의 딜러 중 최고의 선구안을 지닌 인물’, ‘나의 멘토’라 떠받들며 언제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으나, 요즘엔 ‘더없이 부도덕한 인물’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고시안을 떠받치던 유명작가들이 속속 반기를 들고 있는 것도 미술 거함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있는 요소다. 제프 쿤스는 가고시안의 라이벌 갤러리인 뉴욕의 명문화랑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에서 오는 5월 전시를 열기로 발표했다. 물론 제프 쿤스는 현재 베버리힐스의 가고시안 화랑에서 작품전(~2월14일까지)을 열고는 있으나 미술계에서는 ‘조만간 쿤스가 가고시안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게다가 미술계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데미안 허스트는 가고시안과 17년간 이어져온 전속계약을 최근 끝낸바 있다. 이 또한 금전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야요이 쿠사마 또한 가고시안을 떠나 다른 화랑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러나 이처럼 스타급 작가가 전속화랑을 옮기는 것과, 고객과 화랑간에 분쟁이 생기는 것은 아트마켓에서는 지극히 흔한 일이라는 분석도 많다. 가고시안은 현재 전속관계(또는 전시를 개최한 작가)를 맺은 작가가 약120명에 이를 정도로 보유작가층이 그 어떤 화랑보다 두텁고, 고객층도 워낙 막강해 이같은 사소한(?) 사건들로 흔들릴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글로벌 아트마켓을 쥐락펴락하는 화랑이면서도,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비난도 함께 받고 있는 가고시안이 여러 악재를 무사히 털고 포효를 거듭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JEFF KOONS(작가)및 가고시안 갤러리 웹사이트.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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