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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쓰레기를 안남기고 살수 있을까…
개그맨 6명이 만드는 착한 예능 KBS ‘인간의 조건’ 화제
휴대전화·인터넷 없이 살기 등
현대인 삶의 필수조건 빼버린 미션
참가자들의 변화된 생활모습 통해
웃음·교훈·정보 동시에 전달

정작 필요한 것 잊고사는건 아닌지…
삶 돌아보는 계기 제공 시청자 공감



KBS ‘인간의 조건’은 김준호 박성호 김준현 양상국 허경환 정태호 등 여섯 명의 개그맨들이 일주일 동안 합숙생활을 하며 제작진이 제시한 미션을 수행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웃기려는 강박 없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놀랍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를 본 시청자들은 깨달음을 얻는다. 자극적 소재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사람들에게 재미와 정보, 유익함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정신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예능인지도 모른다.

파일럿 프로그램 당시 인간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던 ‘휴대전화, 인터넷, TV’를 제거해봄으로써, 원래 그 자리는 사람이 있던 자리였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해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정규 편성된 ‘인간의 조건’은 현대문명을 살아가는 인간에게서 필요한 조건 한 가지씩을 가감해 생활해보게 한다. 그래서 그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정작 필요한 것을 잊고 산 것은 아닌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존의 맥을 이어간다.

그 첫 번째 아이템은 ‘쓰레기 없이 살기’ 미션이었다. 하지만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이 미션을 알려주지 않은 채 하루 동안 멤버들을 따라다니며 그들 각자가 배출한 쓰레기를 모아왔다. 제작진이 멤버들이 하루 동안 배출한 쓰레기를 모아 공개하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땀을 많이 흘리는 김준현이 식사 중 사용하는 티슈량은 엄청났다.

 
연예인들이 나와 수다를 떨며 폭로성 토크를 나누고, 게임을 해야 예능이 되는 건 아니다.‘ 인간의 조건’ 은 웃지 않아도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미션을 수행하며 멤버들은 개인 식기와 손수건을 이용하고, 커피숍에서는 텀블러를 사용해 일회용 종이컵을 줄였다. 물건 구입 시 주인이 박스나 비닐에 싸주면 알맹이만 달라고 했다. 큰 변화다.

일회용 종이컵을 많이 사용하는 기자도 ‘인간의 조건’을 보면서 “나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배출할까”를 생각하며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SBS ‘학교의 눈물’에서 왕따 체험에 나선 여고생이 혼자 밥을 먹다가 중간에 먹기 싫다며 잔반을 버렸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의 눈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올 텐데 하는 걱정을 하게 됐다. 작은 생각이지만 예능이 시청자의 사고를 변화시켰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쓰레기 없이 살기’ 미션의 가장 힘든 문제는 바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였다. 양상국은 인터넷을 뒤지다 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분해해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양상국은 “100마리의 지렁이가 3일 동안 5㎏의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치운다”면서 김준현과 함께 낚시용품 가게에서 지렁이를 샀다.

가게 여주인은 “실제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 지렁이를 사가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과일 껍질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물에 헹군 다음에 싹 건져낸 후 물기가 빠지면 지렁이가 다 먹는다”고 설명까지 해주었다. 과연 지렁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얼마만큼 먹을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해졌다. ‘인간의 조건’을 보면서 지렁이 효과가 입증되면 지렁이를 키우는 집들이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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