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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문제, 금융혁신으로 푼다 - 이호철 한국거래소 부이사장(파생상품시장본부장)
언제까지 냉ㆍ온탕식 정책을 반복할 것인가?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 취ㆍ등록세와 양도세를 올리고, 반대로 경기가 침체되면 세금을 낮추길 되풀이한다. 부동산담보 대출비율도 올림과 내림을 반복한다. 물론 이런 방법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지구촌에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난제들을 풀기 위한 금융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예일대학의 실러교수는 더 많은 사람에게 금융혁신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금융 민주주의’의 전도사로서 2000년 IT버블과 2005년 부동산버블을 예견한 바 있다. 그는 부동산 문제 해결에 집값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지수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직접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를 만들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이 지수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2006년 부동산 지수관련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일본 도쿄거래소도 2011년 주택가격지수를 개발하고 부동산 선물시장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우리 부동산시장에서는 가격하락에 대한 우려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 바람에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집으로 이사 가려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자산가치 하락으로 집을 팔아도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하우스푸어’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면 부동산 관련 금융혁신 상품이 이런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첫째, 금융혁신 상품은 미래 가격을 제시해 거래를 촉진시킨다. 집값이 떨어질 때 수요자들은 장차 가격이 얼마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집을 사려들지 않는다. 가격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시장은 꽁꽁 얼어붙는다. 그러나 부동산 지수선물의 가격은 3개월 후 혹은 1년 후 부동산이 어떤 가격 수준에서 거래될지를 추정케 해 준다.

둘째, 금융혁신 상품은 가격 변동 위험을 회피해주는 보험기능이 있다. 많은 매도ㆍ매수자는 거래후 가격변동에 따라 손해를 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거래를 주저하게 된다. 이 경우 가격이 1년 후에 일정 수준 이상 더 떨어진다면 일정 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주택 계약 시 덧붙인다면 매수자는 안심하고 집을 구입할 것이다. 이런 보험 기능을 활용하면 주택거래뿐 아니라 부동산 자산가치의 보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셋째, 부동산 거래를 실물 거래 외에 금융상품 투자로 확대하면 실물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시켜 서민 주거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소액투자자들도 부동산 지수상품에 투자한다면 집값 상승 시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연·기금들도 부동산관련 금융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다.

부유층은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주택이 거의 유일한 재산인 중산층 이하에서는 집값 하락이 치명적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헤지를 외면해선 안된다. 부동산 거래위축, 하우스푸어, 부동산투기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부동산지수 관련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일이다. 게다가 시장의 힘을 활용한 이 방법에는 예산도 필요없다. 정부가 객관적이고 일관성 있는 부동산지수 개발에 앞장 서 준다면 시장은 수요자가 원하는 금융혁신상품을 개발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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