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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 읽기 - 황해창> 박 당선인, 너무 경직됐다
박 당선인은 지금 리더십을 의심받을 처지다. 불통과 밀봉 그리고 비밀주의의 결과다. 결국 첫 국무총리 지명자가 공식 검증대에 오르기도 전에 낙마하는 자충수까지 뒀다. 그럼에도 박 당선인은 더 자기애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썩 괜찮은 일 하나를 해냈다. 31일 인수위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선거 전략 고수로 통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초청해 고언을 들은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의 정치적 멘토이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선 적진의 책사격인 셈이다.

윤 전 장관은 “수직적이고 폐쇄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의 모습이 있는데 당선 이후에도 그런 모습이 남아있다”며 박 당선인을 평했다. 나아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열과 분노, 배제의 정치로 국민통합의 정치를 하지 않았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공성을 위한 정치보다는 사익을 위한 정치를 했다”고 일갈했다. 진주 같은 충고에 공감을 표한다.

박 당선인이 새겨들을 대목이다. 강연 영상자료를 박 당선인이 곧 받아 볼 것이라고 한다. 부디 한 마디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인수위가 윤 씨를 부른 내력은 쉽게 짐작된다. 입이 있으되 뗄 수 없는 사정이기에 객관적 관점을 빌렸을 법하다. 박 당선인이 직접 하명한 ‘입단속’의 후유증과 부작용은 예상보다 이렇게 크다. 지근거리의 인수위조차 답답함을 토로하는 지경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새누리당은 꿀만 먹고 입은 아예 봉해 버렸다.

박 당선인은 지금 리더십을 의심받을 처지다. 불통과 밀봉 그리고 비밀주의의 결과다. 결국 임기 첫 국무총리 지명자가 공식 검증대에 오르기도 전에 낙마하는 자충수까지 두고 말았다. 그럼에도 박 당선인은 자기애에 더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를 마치 애꿎은 ‘신상털기’라며 언론과 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미국의 청문회 기법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틀린 말이 아니라면 다 맞는 말은 더 아니다. 미국 잣대면 김용준 총리 후보는 꽤나 오래 버틴 케이스가 된다.

이런 때일수록 쓴 소리가 보약인데 그럴 기미조차 없다. 내부적으로 부러라도 조를 짜 나서주는 것이 박 당선인을 위해서도 좋다.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치르면서 내공을 쌓아 온 박 당선인도 살아생전 처음 겪는 것이 바로 지금의 신분이다. 박 당선인이 워낙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에 다가서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바닥이 꺼지고 천장이 내려앉아도 끝까지 감정 컨트롤을 해 낼 자 빼고는 맞설 상대가 현직엔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탁월한 위기돌파 능력에다 침묵 모드의 카리스마까지 갖췄으니 주변이야 오죽하겠는가.

물론 청렴과 강직의 아버지 DNA를 의도적으로 앞세우다보니 너그러움과 포용, 그리고 겸양의 어머니 심성이 상대적으로 감춰지게 된 것을 알 만한 이들은 안다. 그러나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자칫 수직과 폐쇄 그리고 유아독존(唯我獨尊)적 권위주의가 더 굳어지는 것은 본인이나 국가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소통하고 여유를 가지면 출구는 금방 찾아진다. 하다못해 그 특유의 ‘공주님 표 썰렁개그’라도 자주 하길 권한다. 갑갑해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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