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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업인 윤리의식 강조한 최태원 판결
서울중앙지법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 2008년 465억원의 계열사 돈을 빼 개인적인 투자자금으로 돌려 쓴 혐의다. 최 회장은 “정말 이 일을 하지 않았고, 2010년에야 알게 됐다”며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기업을 사유화(私有化)한 행위”라며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가뜩이나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 경제 회복에 이번 판결이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가 절실하고,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재계가 최 회장의 법정 구속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재계는 시대 변화의 큰 흐름을 간과해선 안 된다. 죄가 있다면 누구든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대기업 총수와 그 일가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올랐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형량을 강화하고 사면권 행사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기업 총수들의 비리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솜방망이 처벌로 적당히 넘어가던 과거의 관행은 이제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최 회장에 앞서 김승연 한화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받은 것은 이 같은 시대 흐름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기업인들이 역차별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법정에 서는 기업 관계자들에게 주로 적용되는 죄목은 배임과 횡령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부분 투자 판단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특히 투자가 잘못되면 법적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경영적 판단에 대한 잘못까지 뒤집어쓰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권교체기에 사법부가 주변 눈치를 보며 강공 일변도로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기업들로선 억울한 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기업인 스스로 윤리 의식을 거듭 확립해야 할 때가 됐다. 이번 판결이 주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특히 분식회계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하청업체 가격 후려치기 등 잘못된 관행과 불법 행위는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 대기업 총수는 물론 기업인 모두가 높은 윤리 의식으로 단단하게 무장했을 때 초일류 기업을 향한 글로벌 경쟁력도 가질 수 있다. 국민들도 더 따뜻한 시선으로 기업의 변화를 지켜보기 바란다. 반기업 정서의 확산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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