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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기력 논란 트라우마’ 벗은 윤은혜 “‘나’를 내려놓게 됐다”
[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종방연 다음날 병원가고, 거의 병원에서 지냈어요. 처음으로 건강검진도 받아보고. 촬영하면서 쓰러지는 거도 처음이라…”

배우 윤은혜(29)에게 드라마 ‘보고싶다’ 종영 이후 근황을 묻자 뜻밖에 병원신세 얘기가 줄줄 흘러 나온다. 한때 예능 프로그램에서 ‘씨름소녀’로 불리울 정도로 건강미를 발산하던 윤은혜다. 지난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그는 “아픈 얘길 잘 안하는 편인데”라면서 마지막회 창고장면을 찍는 도중 병원 응급실을 찾은 일을 털어놨다. “종영 일주일 전부터 몸이 붓기 시작하더니 물만 마셔도 토하고 너무 힘들더라구요. 버티고 버틴게 화근이 됐죠.”

경기도 양평에 있는 창고였다. 극 중 사이코패스로 밝혀진 해리(유승호 분)가 수연(윤은혜)을 끌고 어릴 적 추억의 장소인 창고로 데려가 정우(박유천 분)와 대치하며 총을 쏘는 장면이다. 총소리와 차부수는 소리에 너무 놀란 윤은혜는 힘이 빠져 촬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응급실을 찾아 서울에까지 나왔다. 마침 스태프들 사이에는 장염이 유행이었다. 장염에 걸린 한진희(한태준 역)와 차안에서 3시간 가량 대화를 나눈 뒤여서 장염인 줄 알았단다.

윤은혜는 대중에게 보이는 건강한 이미지와 달리 체력도 약하고, 평소 운동도 즐겨하지 않고, 밖에도 잘 돌아다니는 않는 편이라고 했다. 취미도 집에서 영화보고 책보고 그림 그리기다.


‘궁’ ‘포도밭 그사나이’ ‘커피프린스1호점’ 등 주로 로맨스코미디물에서 밝은 연기로 사랑받은 그는 “어릴때는 제 나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을 하자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배우로선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서른 즈음에 만난 ‘보고싶다’는 로맨스코미디에 갇혀 있던 윤은혜를 더 넓은 연기 세계로 꺼내 준 작품이다. 그가 맡은 수연은 중학생 시절 살인자 소리를 듣는 아버지로 인해 학교와 동네에서 외톨이로 지내고 성폭행까지 당한 어두운 면을 지닌 인물이다. ‘아가씨를 부탁해’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 근작의 흥행실패와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윤은혜는 시놉시스를 보고 스스로 치유가 되어 선택한 이 작품으로 연기폭을 넓혔다는 호평을 받았다. 로맨스코미디도 되고 정통멜로도 되는 배우로서 처음 인정받은 것이다.

“초반엔 아역들이 너무 잘해줘서, 이젠 우리(성인연기자)가 도마 위에 오르겠구나, 가십이 되겠구나 그런 걱정 때문에 힘들었어요. 현장이 지옥같기는 처음이었어요. 너무나 가시방석이었어요.”

촬영장에서 “망치면 안되겠구나” 마음을 다 잡고 집중력을 높인 결과 성인 등장 첫 방송에선 ‘윤은혜의 재발견’이란 소리가 나왔다. 성폭행 트라우마에 시달려 욕조에서 오열하고, 소리지르고, 처연한 눈빛으로 눈물을 한두방을 떨어뜨리는 등 수연으로 제대로 ‘빙의’ 됐다.


“첫방송에서 그런 호평은 처음이었어요. 스스로 만족된 적이 없었는데, 감사하게도 다음 장면 찍을 땐 마음이 편안했어요. 무거운 짐들을 많이 내려놓게 됐어요. 예전엔 ‘못하면 어떡하지’란 생각에 너무 예민했는데, 지금은 ‘내가 즐기면 많은 사람들이 봐주는 구나’ 깨달았어요.”

한참 나이 어린 박유천, 유승호과의 연기는 처음엔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도전이었다. 9살 연하 유승호와의 멜로 연기는 더욱 그랬다. “해리와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할 지 걱정이 컸어요. 승호도 낯을 가리고 저도 낯을 가리는 편이어서. 제가 노력을 많이 했죠.”

유승호와는 주로 차 안에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아이돌그룹 하이틴 스타 출신과 아역 배우 출신이란 점에서 통하는 면도 있었다. 유승호의 이른 군입대 발표와 관련해 그는 “아마 저 같아도 그랬을 거 같다”며 “어릴 적부터 누군가의 보호와 간섭을 받아야했던 상황에서 다른 많은 걸 느껴보고 싶어한 거 같다”고 했다.

그는 “승호는 목소리 톤이 워낙 좋아서, 평소에는 애처럼 장난쳐서 ‘영락없이 애구나’ 싶은데, 연기할 때는 톤이 달라진다”고 평가했다.

박유천과도 의지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그는 “1년전만해도 연하를 남자로 보지 않고 대화도 잘 안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연하랑 연기할 때가 됐더라”며 웃었다.

그는 드라마가 끝난 뒤 영화 쪽에서 연락이 많이 와서 놀랬다고 했다. “연기가 더 어려워지는 거 같아요. 예전엔 뭣 모르고 도전했는데, 알고 나니 무서워지는 거죠. 이젠 작품을 보면서 많이 내려놓게 됐어요. 전엔 대중을 만족시키기 위해 까탈스럽게 봤다면 그러면 제 자신도, 대중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알았거든요.”

“차기작도 빨리 하고 싶다”는 윤은혜는 ‘수연’으로 인해 ‘연기력 논란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어엿한 30대 여배우의 길로 들어서 있었다.

/jshan@heraldcorp.com

사진제공=더하우스컴퍼니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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