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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수 SH사장 사퇴로 ‘박원순표’ 임대주택 궤도 바뀔까?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이종수 서울시 SH공사 사장이 지난 5일 서울시의 무리한 부채 감축 요구로 갈등을 빚다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향후 서울시의 주택 정책 수정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임기중 임대주택 8만호 공급 등을 내세우며 서민주거복지 향상을 주택정책의 주된 철학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SH공사의 용지매각이 부진한 양상을 보여 부채 감축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 사장마저 돌연 사의를 표명해 박 시장은 적잖은 부담감을 안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사의 표명은 민간 대형 건설사 출신으로 역량이 입증됐던 건설전문가 조차도 단기간의 부채 감축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나타낸 것이어서 박 시장의 고민이 깊어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박 시장의 대표적인 주택 정책인 임대주택 8만호 공급은 채무를 줄여야 하는 SH공사에게 오히려 부채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어서 이 사장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일부 정책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부채 감축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SH공사에게 임대주택은 오히려 부채를 늘리는 한마디로 골칫덩이다. SH공사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1가구를 건설할 때마다 8000만원 상당의 적자가 발생한다. 박 시장 공약에 맞춰 당초 계획보다 2만가구를 더 지을 경우 산술적으로 1조6000억원의 적자가 쌓일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장은 지난해 7월 주변 시세의 75%와 85%로 나눠 책정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를 85%로 단일화하고 분양주택 공급시기를 공정률 80%에서 60%로 앞당겨 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정작 시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시는 지난달 2014년까지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2020년 이후 전체 주택량의 10% 수준까지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의 ‘임대주택 8만호+α계획’을 발표했다.

SH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채를 줄이라면서, 임대주택 공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자체가 모순된 상황”이라며 “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할 경우 단기간 무리한 부채감축 보다는 점진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사의 용지매각에 대해서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채 감축 목표에 집중해 조급하게 용지를 매각할 경우 서울의 금싸라기 땅을 자칫 헐값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마곡지구와 문정지구 등은 지금 당장은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지만, 서울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이어서 경기 회복시 충분히 제값 받고 팔 수 있다”며 “당장의 부채를 갚기 위해 헐값에 매각하는 누를 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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